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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May 08. 2024

엄마의 남자친구 절대 용납 못해!

늙어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아!

아들은 남편이 투병 중이었는데도 동생을 가지고 싶어 했다. 내가 밥을 많이 먹어 배가 볼록 나온 날에는 내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고 우리 동생~"이라고 하면서 뽀뽀를 했으니 말이다.


 동생을 낳아 줄 형편도, 상황도 안되는지라 기대감이 자라지 못하게 몇 차례 당부를 했다. "아빠가 아프기도 한 데다가  아빠는 생물학적으로 아기가 생길 수 없는 몸이라 진짜 동생이 생기면 우린 산부인과가 아니라 경찰서 가야 하는 거야"라고 농담을 곁들여서.


4월 가족모임에 갔을 때 아가씨가 3월에 낳은 신생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아직 동생이 가지고 싶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짠했다.


"동생 아직도 가지고 싶어?"

 "응!"

"동생 가지려면 엄마 결혼해야 하는데?"


동생 가지고 싶냐 물었을 때는 세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대답했던 아들은 엄마의 결혼 소리에 동공지진이 왔다.


"엄마 결혼해도 돼?"

"아니!!!!"

 

화들짝 놀라는 아이가 귀여워 놀리고 싶은 마음에 다시 물었다.


"엄마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는 만들어도 돼?"

"안돼" 대답하는 아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럼 엄마 평생 혼자 살까?"

"응! 엄마 평~~ 생 혼자 살아!"

"엄마 죽을 때까지 혼자 늙어 죽어!!??"

"응!!! 죽을 때까지 혼자 늙어서 죽어!!!"


아들한테 단속당하는 기분은 새로 느껴보는 감정이라 너무 귀엽고 유쾌해 호탕한 웃음이 났다.


"푸하하하. 지온이는~? 지온이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엄마가 결혼해도 상관없는데요. 엄마가 나쁜 시어머니를 만나서 시집살이하면 어떡해요? 그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이 와중에도 조심스레 엄마 걱정인 너는 언제나 늘 다정하다.




어제저녁 아들을 놀리고 싶은 마음에 이 주제를 다시 꺼냈다.


"라온아 엄마 남자친구 생기면 안 돼?"

"응!  안돼!"


단호한 저 입술이 너무 귀엽단 생각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며 이유를 물었다.


"왜 안되는데~? 야 엄마가 이 미모로 연애를 안 하면 너무 국가적인 손실 아니니?"

"헤어지면 엄마 또 울 거잖아. 엄마 마음 아픈 거 보기 싫어"


장난이 진심이 되어버렸다. 엄마를 뺏기기 싫은 질투정도로 치부했던 마음이 아들에게는 진심이었다.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길 바라는 아들의 진심.


찡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물었다.

"왜~? 엄마 누구 만나면 또 울 거 같아?"

"응. 만날 때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면 엄마가 울 거라서 안돼"

"지온이는?  지온이는 엄마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어?"

"응. 엄마 당장 있었으면 좋겠어"

"뭐? 지금 당장?"

"응~!"

"왜? 엄마 외로워 보여?"

"응. 외로워 보여. 누가 엄마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어"


아이들의 엄마를 향한 걱정은 내가 은연중에 보였던 모습이 반영되어 있었다. 걱정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내가 힘들지 않길 바라는 걱정의 방향은 같은 나의 아이들. 오늘도 너희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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