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사람들은 따로 정해졌는가?
1. 성모님의 중매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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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나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작은 키, 민주적으로 생긴 외모,피죽도 못 먹고 살았는지 비썩 마른몸,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만이라도 여자와 연애하고픈게 소원이지만
세상 모든 여자들은 그 남자를 거부했다.
어쩌다 소개팅을 나가게 되면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보자마자 인상을 찌그러뜨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시계만 몇 번 보다가 중요한 약속을 깜박 잊었다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든가 아님 실~실 웃어가면서 왜 그렇게 생겼냐고 조소 어린 표정을 짓는다. 개그맨으로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둥, 격려인지 비꼼인지 헷갈리는 말 몇 마디 한 뒤 역시 약속이 있다면서 카페문을 박차고 나간다.
사내는 그렇게 순식간에 뒤돌아서서 나가는 여자들 엉덩이만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비싼 커피값만 날렸다.
그에게 있어서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도 사치로 여겨졌다.
그렇다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하디 흔한 대학출신도 아닌 고졸 학력이 그의 전부였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키에도 한참 못 미치는 160을 겨우 넘은 작은 키, 게다가 체중 미달로 군대조차도
다녀오지 못한 부실한 몸, 민주적으로 생긴 얼굴, 과연 이런 남자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대한민국에 있겠는가?
사내는 어느덧, 40대 중반을 지나서 5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여자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했다.
이대로 총각귀신을 면치 못할 것만 같은 불안에 휩싸인 사내의 삶은 그저 무의미한 하루하루의 연속일 뿐이었다.
세상은 사내에게 너무도 가혹한 시련만을 선사했을 뿐, 그 어떤 희망도 주지 않았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자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밤 중, 한강에 뛰어들었지만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119에 구출되는 바람에 죽지도 못했다.
자살하는 것조차도 뜻 대로 되지 않는 인생, 길을 걷는 그의 어깨는 금방이라도 땅에 맞닿을 정도로 축~처져 있었다.
갑자기 뒷 통수에서 번갯불이 작렬하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충격에 의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잠시 후, 뒷 통수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린 사내 눈에 자그마한 사기 인형이 보였다.
손으로 집어서 보니 그 사기 인형은 성모상이었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결혼도 못하고 속절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그런 자기에게 위로는 못해줄 망정 길거리에 못난 놈이 지나간다고 뒷 통수에 성모상을 집어던진 인간이 누구인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이때, 웬 여자가 주택 창문가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눈에 보였다.
작은 성모상을 집어던진 범인이 그 여자라는 것을 직감한 사내는 성모상을
손에 쥐고 여자를 찾아가 왜 자기에게 성모상을 냅다 집어던졌는지 따졌다.
이봐요!!~~ 왜 내게 성모상을 집어던진 거야!!~~~
노기에 가득 찬 사내를 마주 한 여자는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금방이라도 사내가 성모상을 쥔 주먹으로 여자를 때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상황은 세상에 둘도 없는 여자와 사내의 소개팅 장면이었다.
사내와 여자를 만나게 한 주인공은 바로 성모상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소리냐고?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세상은 절대 과학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이 세상은 상식적으론 말이 되지 않는 상황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되는데 여자와 남자의 만남도 그러했다.
사연인즉슨, 여자가 아주 오랫동안이나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했었는데 아무리 기도했어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자 여자는 홧김에 그만 성모상을 창 밖으로 냅다 집어던지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그 앞을 지나던 사내의 뒷 통수에 성모상이 날아가 헤딩을 한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과연 우연이란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에 우연이란 것은 없다 단지 예정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사내가 지나가는 그 시점과 여자가 성모상을 냅다 집어던진 시점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는데
그것이 어떻게 우연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여자의 손을 떠난 성모상은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사내의 뒷 통수를 향해 날아가서 타격을 했다.
사내의 발걸음이 한발 빠르거나 늦었어도 성모상은 빗 나갔을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미사일은 과학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과학으로 만들 수는 없다.
성모상을 날린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과학이 움직일 수 있겠는가?
여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성모상을 집어던지게 한 것은 신의 섭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자의 아주 오랜 기도를 신이 들어주셨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기상천외한 방법이었을 뿐.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사내는 하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여자가 던진 성모상에 뒷 통수를 맞아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여자가 바로 앞에 있으니 말이다.
결국 성모상의 중매로 서로 눈이 맞은 두 남녀는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고 지금은 성당에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엄연한 실화이고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것.
(이 이야기는 어머님께서 성당 다니는 이웃집 아주머니께 들은 실화 내용이었습니다.)
2. 손가락 하나로 장가 간 사나이.
---------------------------퇴근길 복잡한 지하철 안, 하루의 피곤한 일상을 마친 승객들은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승객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서 자리가
나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가고 있었다.
한 사내가 손잡이를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자의 옆으로 다가가서는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는 자기 옆구리를 찌른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저씨!!~~~ 왜 남의 옆구리를 찔러욧!!~~
여자의 항의를 받은 남자는 배실배실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 하였다.
못 먹는감 찔러나 보려고요. 헤헤헤!~~
뭐라구욧!!~~~ 아니 뭐 이런 삐리리가 다 있어!!~~~
남자의 답변을 들은 여자는 너무도 어이없고 기가 막혔지만 남자의 황당무계한 말을 듣고는
그만 웃고 말았단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겠다니,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남자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성추행범으로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 일을 계기로 지하철 두 남녀는 결혼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kbs 대표 아나운서라 할 수 있는 황정민 아나운서가 kbs라디오 황정민의 FM 대행진 DJ로 방송하고 있었을 때 청취자 사연으로 올라온 편지 내용이었다.
자기는 지하철에서 옆에 있는 아가씨 옆구리를 찔러서 결혼했다는 황당한
사연을 읽고는 황정민 아나운서가 폭소를 터뜨렸는데 아마도 여자 옆구리 찔러서 결혼했다는
남자는 세계적으로 최초였지 않겠나 싶다.
그렇다고 다른 남자들이 지하철에서 옆에 서 있는 여자 옆구리 손가락으로 찔렀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겠는가?
아마도 99.999%는 성추행범으로 은팔찌 차고 교도소로 끌려갈게 뻔하니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된다.
이 두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결혼할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는 것. 반면, 결혼할 수 없는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스쳐 지나가는 여자들 밖에는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20살 때부터 줄기차게 많은 여자들을 만났었지만 결혼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어쩜 나의 운명은 결혼하지 못할 남자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운명을 거부하고
결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