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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워크북은 완성됐는데, 나는 아직 진행 중

브랜딩 강사로서의 성취와 그 이면의 혼란

by 디지털다능인

나는 셀프브랜딩 워크북을 만들었다.

강의도 했다.

수강생들도 만족했고,

나는 꽤 ‘정리된 사람’처럼 보였다.


브랜딩은 ‘나’를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해왔고,

그걸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도 만들 줄 알았다.

‘예아라 강사’라는 이름으로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섰고, 그 이름은 어느새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수익도, 성과도, 피드백도 따라왔다.


그런데…

그렇게 잘 굴러가고 있는 이 시스템 안에서

나는 자꾸만 혼잣말을 한다.


“근데 이게 진짜 나 맞아?”

“왜 나는, 내가 만든 길 위에서도 자꾸 길을 묻고 있지?”


나는 왜 자꾸 이 질문을 반복하는 걸까.

브랜딩이라는 건 결국,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키고

상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게 하려는 전략적인 설계다.


그 프레임 안에서 보면,

나는 잘하고 있다.

‘예아라 강사’는 분명 성공적이다.


그런데 그 이름 안에

나는 얼마나 담겨 있는 걸까?


온라인 셀러로 활동할 때,

내가 만든 상품들은 딱 나답다.

자유롭고, 감각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마케터로, 크리에이터로 움직일 때도

나는 말 그대로 ‘나다움’으로 승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사로서의 예아라는

언제나 나를 ‘연기하게 만드는 역할’처럼 느껴진다.


말을 조심하고,

표정을 가다듬고,

옷을 갖춰 입고,

정리된 말을 꺼내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좋은 버전의 나’를 꺼내드는 일.


그러면서도…

내가 만든 워크북은 분명히 내 안에서 나온 건데—

왜 나는 그 안에 편히 머물지 못할까.


워크북은 완성됐는데,

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완성된 틀과, 살아있는 감정 사이를 헤맨다.


브랜딩의 본질, 강사로서의 이미지와 자아 사이의 간극, 완성된 콘텐츠 뒤의 혼란, 정리된 브랜드 안에서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 ‘나다움’의 기준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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