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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잘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사이

나는 오늘도 역할과 나 사이를 헤맨다

by 디지털다능인

사람들이 보는 나는
똑 부러지고, 자신감 넘치고, 뭐든 잘해내는 사람이다.
강사로, 작가로, 디지털다능인으로.
정리된 말투, 정돈된 옷차림,
언제나 웃고 있고, 여유롭고, 준비된 사람.

근데 사실 나는
매순간 의심하고, 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진짜 이게 내 길이 맞는지도 헷갈리고,
이렇게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닌데… 싶다.

강의장에 갈 때는 항상 준비된 옷을 입는다.
화장도, 머리도, 말투도, 제스처도.
‘강사’라는 포지션에 맞는 예아라를 소환한다.

근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게 진짜 내 모습일까?”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느낌.
내가 날 불편하게 만드는 느낌.

그래서 어제는
그 불편함을 한번 부숴보기로 했다.

정장 바지 대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딱딱한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었다.
내가 편한 옷, 내가 입고 싶은 옷.
강사는 그래도 되잖아. 아니, 그래도 돼야 하잖아.

나는 왜 일을 하면서
자꾸만 나를 감추는 쪽으로 흘러가는 걸까.
사람들이 날 편하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이
결국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아빠는 늘 말한다.
“세상에 좋아서만 하는 일이 어디 있냐.
다 참고 하는 거지.”

그래, 좋은 점도 있다.
보람도 있고, 사람들 반응도 좋고, 수입도 나쁘지 않다.
근데도 자꾸 나는 마음속에서 꿈틀댄다.

“이건 아닌데?”
“이거 말고 뭔가 더 나다운 방식이 있을 텐데…”

나는 오늘도
잘 보이려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 사이를 오가며,
나답게 살아보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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