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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냐 Jan 15. 2024

mbti 이제 그만!

방구석 투덜이의 mbti 소신발언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다시 유행한 지 한 4년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유튜브 콘텐츠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차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로도 mbti가 퍼졌다. 내 주위에서는 현재도 mbti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너는 mbti 유형 뭐 나왔어?"

"나는 ISFJ."


이 대화를 풀어서 말해보면,


"너는 어떤 성격이야?"

"나는 내향적이고 감각에 의존하며 감성적이고 판단 기능이 발달했어."


이 대화, 뭔가 어색하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서의 대화라면, 하나의 질문으로 타인의 성격을 파악하려고 하는 시도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관계란 타인에 대해 점차 알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을 무시하고 타인을 곧장 파악하려는 성급함 때문이다. 친한 관계에서의 대화라면, 이미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런 질문이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의 고유한 성격이 4글자의 알파벳으로 부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다. mbti가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1)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과 2) 타인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다.


먼저, mbti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에 대해 설명할 때 편리한 도구가 된다. 다시 말하면, 너는 이런 사람이라고 4글자의 알파벳을 통해 내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자신을 파악하는 기준을 외부에서 끌어온다는 점이다. mbti 검사문항을 체크하는 건 본인이지만 그 결과는 mbti 검사가 내려준다. 결국 내가 나에 대해 이해하고 판단한 결과를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나에 대해 내린 결과를 나 자신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성격과 mbti 검사가 불일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스스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mbti는 E(외향적 성향) 보다 I(내향적 성향)이 1점 더 높게 나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내향적인 사람이라 분류했다 해보자. 그럼 그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인가, 내향적인 성격인가. 외향적인 성격이라 말하는 게 맞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권리는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자기 자신의 캐릭터성을 마음대로 설정할 권한을 외부에게 양도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다음으로, mbti는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기 위한 편리한 도구가 된다. '나 이런 사람이에요'를 타인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나를 설명하는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슷한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등. 이런 다양한 이유로 인해 mbti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순 없다. 다만, mbti 검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나를 표현할 길은 많다. 타인에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 mbti 검사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굳이요?'


왜냐하면 어떤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성격 검사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표현하고 싶다면 취미나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별명, 주말에 보통 무엇을 하는지, 언제 짜증나는지, 좋아하는 노래나 영화 장르는 무엇인지,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해보는 건 어떤가.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난 mbti 이야기 재미로 하는 건데, 왜 이렇게 진지해?"


저는 이제 질렸어요. 그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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