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뒹굴이의 토요일 사랑기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금요일보다 토요일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풀어보고자 한다. 토요일을 향한 나의 애정을 듬뿍 담아!
1) 상쾌한 아침
토요일이 다른 요일과 차별화된 점은 늦잠이 가능한 유일한 날이라는 점이다. 주중은 일하느라, 일요일은 교회에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토요일만이 내가 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실컷 자고 일어났을 때의 그 나른함을 수반한 상쾌함은 가히 토요일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아무 부담 없이 느지막이 일어나 커튼을 걷고 햇살을 맞이할 때의 그 순간을 사랑한다.
2) 나의 취향으로 가득찬 날
토요일엔 별 일이 없으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애인과의 데이트, 혼자 영화관이나 서점 나들이, 격주로 하는 독서모임, 우쿨렐레 연습 등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면 온전한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 정적이고 소소한 하루를 이렇게 즐거워할 일인가 싶다.
3)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날
토요일은 원한다면 은둔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주중에는 너무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토요일은 그럴 때 철저히 혼자가 되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또 평소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라는 존재의 일부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가는 느낌. 그럴 때도 조용히 은둔하며 홀로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 침묵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 가벼워진 나의 존재에 다시 추를 매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에너지가 채워지고 존재의 무게감이 생기면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
4) 본가에서의 편안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
심신이 지치면 본가로 피신한다. 보통 금요일에 피신하여 일요일에 돌아오는데, 그러다 보니 토요일만이 유일하게 하루종일 본가에 머물 수 있는 날이다. 2박 3일 여행의 둘째 날처럼 알짜라는 말이다. 그래서 정말 힘들 때 가족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엄마와 산책도 하고 쇼핑도 가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본가의 거실에서 광합성도 하며 본가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을 마음껏 누려왔다.
토요일은 이렇게 사막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날이다. 매일이 토요일이었으면......
매일이 토요일은 아니지만 내일이 토요일이니 나는 행복하다!
(어느 행복한 금요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