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소심이의 솔직 고백
사람들을 처음 만나거나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자리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인스타 맞팔(서로 팔로우하는 것)해요!”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인스타 안 해요...”
상대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왜 안 해요?”
그럴 때마다 대충 둘러대지만(그냥 귀찮아서요, 딱히 관심이 없어서요 등), sns를 안 하는 솔직한 이유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사실 좀 찌질하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은 sns를 안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굳이 묻지 말아주세요.
1) 팔로워 수가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싫음
sns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좁은 인간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옛날 옛적 카카오스토리에서도, 그 이후 페이스북에서도 나는 보이는 친구 수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연락이 뜸했던 옛 친구들이라거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에게도 친구 신청을 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친구 신청을 하고 다닐 만큼 붙임성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sns 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할까?’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구 신청을 해서 당황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친구 신청을 하면 수락해줄까?’
이런 숱한 고민을 거치며 친구를 열심히 모아도 나의 친구 수는 주변의 지인들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나의 친구 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너무 내향적인 사람으로 판단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내가 인간관계를 잘하고 있는지, 너무 좁은 관계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게 되었다. 오프라인 상으로는 나의 인간관계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현재는 sns를 하지 않아 나의 작고 소중한 관계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만족스럽다, sns를 다시 시작하면 팔로워 수에 집착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뻔히 보인다.
2) 가벼운 메신저 연락이 귀찮고 싫음
sns를 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타자를 친다. 그것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와 그렇게 계속 연락을 하는지 궁금할 뿐. 그래서 sns를 열심히 하는 동생에게 누구랑 그렇게 열심히 연락하는지 물어보았다. 동생은 카카오톡이나 문자와 달리 sns 상에서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연락한다고 친절히 답해주었다. 누군가 스토리를 올리면 그 사람에게 메신저를 보내 관심을 표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sns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문자상의 연락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친한 사람들과도 문자상의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있어도 며칠에 한번 꼴로 띄엄띄엄 답장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함께 있으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하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문자로 연락을 하면 뭐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여행을 다녀온 친구와 연락을 하는 상황이라 쳐보자.
나 : 게시글 사진 예쁘다. 여행 어디로 다녀왔어?
지인 : 제주도로 다녀왔어. 가족들이랑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
나 : (그랬구나...)
이렇게 할 얘기가 없어진다. 어떤 관광지를 다녀왔는지, 뭘 먹었는지 물어보는 건 너무 취조 같고, 그렇다고 다른 대화 주제로 돌리기에는 뜬금없는 느낌이다.
친한 친구랑 연락하는 것도 어려운데,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수시로 연락을 해야 한다?
나라면 이런저런 대화방에서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고민하다 하루가 다 갈 것 같다.
3)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기 싫음
나는 비교에 능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의 능력과 상황을 나의 것과 비교하며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배 아파하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비교란 사람을 성장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뛰어넘는 것에 집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하는 비교만이 꼭 필요하고 건강한 비교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비교다. 하지만 타인의 sns를 보며 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것은 피할 수 있는 비교다. 타인의 sns를 보지 않으면 이런 비교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이는 그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버겁고 힘이 드는데, sns를 통해 그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나와 비교하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본인의 확고한 철학 때문에 sns를 하지 않는 거라고. 물론 그럴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sns가 아니더라도 나는 인간관계에 충분히 피로감을 느낀다. 온라인상으로도 관계를 이어나가며 나의 피로감을 늘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렇게 예민한 사람도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놀랍게도 어떻게든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문제없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