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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Jun 02. 2024

무조건 평균을 이기는 전략

의사결정 시리즈 3: 치명적인 실수 세 가지

의사결정 시리즈 3부작

1. 공부할수록 바보가 되는 이유 - 더 많은 정보가 항상 좋을까?

2. 지식과 자신감의 성공 방정식 - 켈리 공식과 의사결정의 비결

3. 최악을 피하는 3가지 방법 - 자기 과신과 추론 능력



지난 글에서 다뤘듯이, 좋은 결정을 내리려면 정확한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정보의 정확도만큼 자신감을 가질 때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인생에는 확률이 없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정보의 양도 질도 부족합니다. 이는 전문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교수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이 전문가 300명에게 미래 예측을 요청하고 채점했습니다. 그 결과, 전문가의 예측 능력이 무작위로 예측하는 원숭이와 거의 비슷했다고 합니다. 양질의 정보를 모아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전문가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평생 연습해 온 전문가도 정보가 부족하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정보와 관련 없이 항상 이기는 결정을 내리는 전략은 없을까요?



무조건 이기는 마팅게일 전략

이론상 가능한 전략이 있습니다. 바로 마팅게일(Martingale) 전략입니다.


마팅게일 전략은 단순합니다.   

판돈을 건다.

져서 판돈을 잃으면, 잃은 돈의 두 배를 건다.

질 때마다 판돈을 두배로 키운다.

이겨서 잃은 돈을 전부 되찾을 때까지 반복한다.


마팅게일 전략에 따르면, 딱 한 번만 이기면 잃은 돈을 전부 복구하고도 남습니다. 조금이라도 승률이 있다면, 언젠가 무조건 이깁니다. 따라서,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이깁니다.


예시) 1만 원을 걸고, 졌으면 2만 원을 걸고, 또 졌으면 4만 원을 걸고.... 
만약 64만 원을 걸었을 때 이긴다면, 128만 원을 따서 그동안 잃은 모든 돈을 되찾고도 1만 원을 더 벌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따서 갚으면 돼!" 마인드를 가지고, 실패할 때마다 판돈을 늘려가면서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무조건 승리할까요?

따서 갚으면 되니까요 (출처: 도박묵시록 카이지)


아닙니다. 마팅게일 전략은 현실에서 쓸모가 없습니다.  인생에서는 판돈을 끝없이 키울 수도, 무한정 도전할수도 없기 때문이죠. 우리는 돈을 무한정 빌릴 수도 없고, 판돈을 무한정 키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마팅게일 전략은 언젠가 꼭 파산하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이 파산 가능성이 바로 켈리 전략과 마팅게일 전략의 차이인데요, 왜 파산 가능성이 중요한지 알아봅시다.



곱하기 0의 파괴력


왜 켈리 전략이 마팅게일 전략보다 우월할까요?


켈리 전략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켈리 전략은 판돈을 탕진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저희가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 보상은 판돈에 비례하고, 판돈은 소지금에 비례합니다. 소지금이 줄어들수록, 판돈이 줄고, 따라서 보상도 줄어듭니다. 그런데 소지금이 0이 되면, 얻을 수 있는 보상도 0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불리해지는 것을 넘어, 회복할 가능성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무리 소지금이 크더라도, 0을 곱하면 재기 가능성까지 전부 사라집니다. 마팅게일 전략이 무조건 좋은 결과를 만들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무조건 패배하고 맙니다.



불확실성 대응하기


켈리 공식은 확률을 알아야 작동하고, 확률이 필요 없는 마팅게일 전략은 무조건 패배하고 맙니다.

의사결정을 잘 내리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좋은 결정을 내릴 방법은 없을까요?


미시간 대학교에서 인간의 예측 능력을 시험했는데요, 그 결과를 보며 현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전략을 찾아봅시다.


이 실험은 주머니 안에 있는 공의 색깔을 맞추는 실험입니다.

주머니 안에 빨간 공과 파란 공이 7:3 비율로 있고, 실험자는 무작위로 공을 하나씩 꺼냅니다.

참여자들은 공이 빨간색일지 파란색일지 최대한 많이 맞히면 됩니다.


무작위 공의 색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예측하시겠어요?


참여자는 대부분 7번은 빨간색으로, 3번은 파란색으로 예측했다고 합니다.

두 색깔의 비율인 7:3으로 예측한 셈이죠. 그리고 두 색깔이 어떤 순서로 나올지 맞히려고 했다네요.


여러분도 그렇게 하실 생각인가요?

그랬다면, 평균 58% 확률로 공의 색을 맞추셨을 겁니다.

(0.7 * 0.7 + 0.3 * 0.3 = 0.58)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공을 빨간 공으로 예측하면, 확실하게 70%를 맞출 수 있지요.


한 번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내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실험을 수천 번을 반복해도 계속 7:3으로 예측했습니다.

무작위로 뽑는 공 색깔은 절대 예측할 수 없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맞추려고 한 것이죠.



왜 이렇게밖에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참가자들은 통제의 환상에 빠졌습니다. 무작위로 섞인 공의 색깔은 맞출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맞출 수 있다는 자기 과신을 가져서 (있지도 않은) 공 색깔의 패턴을 발견하려는 무의미한 노력을 했습니다.


둘째, 깊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100%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한 다음, 2차 사고를 해서 직관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차선책을 고민해야 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2차 사고는 다른 글에서 다뤘습니다: https://brunch.co.kr/@prodi/8 )


사람이 실험 상황에서만 이렇게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주식 시장의 단기 추세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기 과신과, 창의적인 그래프 해석기법이 더해지면 어떤 미래든 예측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주가가 고양이 꼬리처럼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출처: FM코리아)


개미가 주가의 단기 추세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깊이 생각해 보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차트에 고양이를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혈액형, 사주, 별자리 등으로 인생을 예측하려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예측하면 억측만 하게 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부정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신, 확실한 정보에 집중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겠죠.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면, 따라서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면 그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비법

지금까지 3편의 글에서 의사결정을 잘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결국 두 가지 능력으로 정리됩니다. 좋은 의사결정능력은 추론 능력과 자기 통제력입니다.


추론 능력은 더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학습 능력과 깊게 고민하는 능력이고,

자기 통제력은 과신이나, 질투, 두려움, 귀찮음 같은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능력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3가지 지침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2) 확실한 정보를 모아, 3)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한 지침이지만, 그동안 살펴봤듯 현실적으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무조건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항상 리스크를 감수하며 의사결정을 합니다. 의사결정을 잘한다는 것은 무조건 옳은 선택을 한다는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대신, 불완전한 지식으로도 피할 수 있는 실수와 리스크를 피하며 


무조건 옳은 선택을 한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입니다. 정보도 시간도 부족하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의사결정은 불필요한 리스크를 지지 않고, 지식의 환상이나 감정, 짧은 생각에 속지 않는 의사결정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피해야 할 실수 세 가지만 기억합시다.


1) 자기 과신하지 않기, 2) 정보의 양에 속지 않기, 3) 가볍게 넘겨짚지 말기


좋은 의사결정은 나쁜 의사결정을 피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의사결정 시리즈 3부작 링크

1. 공부할수록 바보가 되는 이유 - 더 많은 정보가 항상 좋을까?

2. 지식과 자신감의 성공 방정식 - 켈리 공식과 의사결정의 비결

3. 최악을 피하는 3가지 방법 - 자기 과신과 추론 능력




참고한 글:   

https://www.lesswrong.com/posts/msJA6B9ZjiiZxT6EZ/lawful-uncertainty

https://ergodicity.net/2012/04/11/the-history-of-the-martingale/

Tversky, A., & Edwards, W. (1966). Information versus reward in binary choices

책: "신호와 소음", "클리어 씽킹", "불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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