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른 마음' & 사람들을 결집하는 2가지 감정
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다루는 글입니다.
'바른 마음' 서평은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드려요.
1편:
회사나 가정, 모임에서 조직을 이끌고 계신가요?
아니면 미래에 사람들을 잘 이끌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실 겁니다.
오늘은 더 많은 일을 해내고, 함께 위기를 해결하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강한 조직이라고 하면 엄격한 규칙과 상벌제도가 떠오릅니다.
합리성과 엄격함이 강한 조직을 만들 것만 같네요.
하지만 책에 따르면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경외심과 소속감이라는 감정입니다.
심지어 비합리적이고, 번거로운 의례가 조직을 유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요.
강한 조직은 감정부터 다릅니다.
오늘은 책 '바른 마음'의 후반부를 분석하며, 감정으로 강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우리가 사용할 도덕기반은 충성입니다. 충성은 조직을 위해서만 희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충성을 이끌어내려면 명확하게 할 일을 정해주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공통의 목표와 당위성을 비전이라고 하죠. 비전은 사람들을 충성심으로 결집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마다 충성하는 방식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듯,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팀이나 국가 같은 조직에 충성하는 반면, 여자는 인간관계에 충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꼭 남녀로 나눠 생각하는 대신, 사람은 조직과 관계 모두에 충성한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책 역시 비슷한 관점인데요, 저자는 사람이 원숭이면서 벌(�)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원숭이의 모습과 집단 자체에 소속감을 느끼는 벌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두 종류의 충성심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우선 관계에서 비롯된 소속감은 종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종교의 결속력이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앙심? 의식? 물론 전통과 의례의 힘도 중요합니다. 그 얘기는 아래서 다룰게요. 그런데,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종교의 힘은 신도들 간의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종교인(특히 기독교인들)이 비종교인보다 선행을 더 많이 하는데요,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종교 생활이나 신앙심보다는 동료 종교인과의 끈끈한 관계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다룬 책 '아메리칸 그레이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좋은 이웃 관계에 대해 종교성이 갖는 실제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예배 후 갖는 친구와의 수다나 성서 공부에 참여하는 것 등을 통해서이지, 설교를 듣거나 열정적으로 신을 믿는 행위 등을 통해서는 아니다
모임 뒤풀이가 왜 중요한지 이제 알겠죠?
같은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과 관계가 끈끈하면, 우리는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내가 친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을 나도 따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친한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가장 좋은 방법은 취약성 (혹은 비밀) 공유와 공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화의 힘'이라는 책을 분석한 글에서 다뤘습니다.
다른 좋은 방법은 '한 문장으로 설득하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응원하고, 두려움을 다독여주고, 함께 싸워줄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는 내용이에요. 역시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거대한 종교도 개인 간의 관계가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개인 간 관계로만 이끌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해야 할 때도 필요하니까요. 때로는 군집의 일원인 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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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은 군집을 위해서 살다가 군집을 위해서 죽습니다. 사람은 어떤가요? 애국지사나 순교자를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요. 저자는 사람을 벌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군집 스위치(hive switch)가 있다고 해요.
군집 스위치가 켜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버리고 조직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군집 스위치는 어떻게 킬 수 있을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경외심과 의례입니다.
우선 경외심(awe)은 내가 거대한 존재의 한 부분임을 느끼는 감정입니다. 내가 자연의 한 조각임을 느낄 때처럼, 사람은 자신이 전체의 일부임을 느낄 때 경외감을 느낍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도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자신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자기보다 높은 무엇이 보이지 않으면 고차원의 목표에 애착을 가지거나 규칙에 순응하지 못한다.
경외감은 자신보다 조직을 중요시하게 만듭니다.
경외감도 만들 수 있습니다. 수백 수천 명이 모이거나, 같은 옷을 입거나 같은 행동을 하는 방법이 있지요. 전당대회나 체육대회, 군무나 행진,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행동들이 모두 이렇습니다.
이처럼 내가 거대한 조직의 일부임을 느낄 때 사람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일부로 녹아듭니다.
군집 스위치를 켜는 마지막 방법은 의례입니다. 전통이나 신성한 의례는 그 이유와 손익을 따지지 않습니다. 제사가 좋은 예시입니다. 비록 요즘은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이 사라졌지만, 1~20년 전에만 하더라도 제사는 그냥 원래 당연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사에 들어가는 노동과 음식 비용은 따지지 않았죠. 제사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과 피로감을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서 이제는 제사를 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비효율적인 의례가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비효율적인 의례가 사람들을 규합합니다. 흥미로운 예시로, 인류학자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가 19세기 미국의 공동생활촌 200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어요. 공동생활촌은 혈연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종교 중심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뉩니다. 이들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았을까요? 연구결과 비종교적인 공동생활촌은 20년 이상 지속된 곳이 6%뿐이었지만, 종교적 공동생활촌은 40%나 되었습니다. 생존력이 7배나 차이가 난 것입니다.
종교가 구성원들에게 혜택을 준 덕분에 조직이 더 강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는 구성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했으니까요. 종교적 공동생활촌은 금주, 금연, 금식, 혹은 복장과 두발 규정 등 다양한 희생을 요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희생이 커질수록, 공동생활촌의 생존력도 강해졌습니다. 희생이 조직을 강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희생이 다 도움이 된 것은 아닙니다. 비종교적 공동생활촌은 희생과 지속성 간에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즉, 종교의 신성함과 희생이 합쳐졌을 때에만 조직이 강해졌습니다. 희생을 합리적으로 접근하면, 개개인은 각자의 손익을 따지게 됩니다. 그리고 손익을 따지면 조직 운영에 필요한 희생을 꺼리게 됩니다. 전통과 신성함은 이를 막아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제사가 사라진 이유도 제사의 비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전통과 신성함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합리적으로 따지면 기념일이나 빼빼로데이를 챙기는 이유는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이유를 묻지 않고 기념일을 챙길 때, 관계는 깊어지고 강해집니다.
불문율인 희생이 조직을 강하게 만듭니다. 신성한(순수 도덕기반), 혹은 전통(권위 도덕기반)적인 의례는 조직을 강하게 만듭니다.
정리하지면, 강한 조직은 충성심과 소속감, 경외심과 친밀함 같은 감정이 만듭니다.
공유할 소명의식을 만들고, 끈끈한 관계와 경외심으로 이를 뒷받침하면 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속해있는 조직은 오늘 다룬 감정들을 잘 활용하고 있나요?
조직을 운영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이런 감정들을 활용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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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도덕기반 연구자료: https://moralfoundations.org/
- 논문: How the nomological network of morality varies across cul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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