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행항로의 기상예보를 확인하니 날씨가 좋지 않았다. 중국 지역의 비행 고도에 대한 제한 사항도 많았다. 연료를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연료를 더 싣고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중앙아시아 항로를 통해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약 11,000km의 거리를 11km 상공으로 시속 900km의 속도로 14시간 10분이 걸리는 비행이었다. 중국 항로에서 기상이 안 좋아 고도 상승을 요구했으나 다른 항공기와의 고도 분리가 안되어 허가를 못 받았다. 구름과 난기류를 회피하기 위해서 직선 항로를 우회해서 연료소모가 더 많아졌다. 연료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도 상승을 허가하여 구름과 난기류를 회피하고 연료소모도 줄이면서 정상 항로를 비행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안 좋은 기상이었지만 승객들의 불편함을 최소로 하고 많은 연료소모 없이 투르크메니스탄, 바쿠,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이스탄불, 불가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 벨기에를 지나 런던까지 처음 계획한 항로로 무사히 올 수 있었다.
항로란 비행기가 안전하게 운항하기에 적합하도록 지정한 공중의 통로이다. 인공위성, 무선항행시설과 항공기 성능의 발전으로 거의 모든 비행기들이 완벽하게 수천, 수만 개의 항로를 정확히 비행한다. 비행기들이 항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항공기 경고 시스템이 먼저 알려주거나 관제사가 이를 발견하고는 조언하여 항로를 벗어나지 않게 한다. 무수히 많은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비행하기 위해서는 비행원칙과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한 후 비행기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빠르고 안전한 운송수단이 되었다. 국가 간 운송률은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필수적인 수단이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2만 번의 비행 중 1번이고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 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200명 중 1명, 걸어가다가 넘어지거나 추락해 사망할 확률은 2만 명 중 1명, 자전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34만 명 중 1명, 번개에 맞아 사망할 확률이 200만 명 중 1명이라고 하니 이 같은 통계를 보아도 매우 안전한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자동차는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해도 멈추고 싶은 곳에 언제든 멈출 수 있고, 신호에 따라 정지하고 출발한다. 그러나 비행기는 한 번 이륙을 하고 나서는 착륙할 때까지 공중에서 절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된다. 멈추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인생도 한 번 태어난 이상 계속 살아가야 한다.
과거 비행기가 없던 시절, 인생은 자주 항해에 비유되었다. 항로가 아무리 어두워도, 등대만 있으면 방향을 알기 쉽고, 등대조차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는 북극성이나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고 항행할 수 있었다. 등대나 북극성, 그리고 별자리 등이 사람의 인생에서는 목표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항로지도와 원칙이 중요하다. 도달해야 할 목표와 항로지도, 그리고 원칙이 있어야 항로를 벗어나도 쉽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나는 인생이 비행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비행의 이륙과 같고,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도달하는 것이 중간 기착지와 같으며, 인생의 마무리가 착륙과 같다고 생각한다. 비행 중 태풍을 만나거나 심한 제트기류를 만날 수 있다. 또 항공기의 결함이나 위급한 환자 등으로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는 목적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늘 원하는 대로 이루지는 인생은 없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비행 중 만나는 비정상 상황처럼 삶의 시련과 아픔은 불현듯 찾아온다. 그것도 여러 개의 시련과 아픔이 동시에 찾아온다. 젊은 날 시련과 아픔에 실컷 두들겨 맞고 인생의 항로를 잃어버리고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방황하며 흘러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많은 시간과 혼란을 겪고 나서야 내 인생항로에 도달하여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시련과 아픔이 주는 교훈을 벗 삼아 내 인생의 항로지도를 가지고 원칙을 지켜 나가다 보면 어느 날 이겨내고 있었고, 과거의 시련은 추억이 되어있었다. 얼마나 좋은 인생항로의 지도와 원칙을 세우고 지키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아름다운 비행처럼 안전하고 행복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비행기들의 비행항로와 같이 각자의 인생항로가 있다.
인생항로를 잘 유지하려면 자신만의 인생항로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