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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칼라새 Oct 21. 2024

1-4. 밤이 어두울수록 등대의 불빛은 더 밝다

Chap 1. 괜찮아! 오늘도 좋은 날이야


"하늘에서 쌕쌕이 소리가 들렸다. 네가 생각났다. 하늘을 쳐다봐도 안 보인다. 잘 지내는지..."


오래전 엄마의 이 말은 아직도 내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나도 가끔 하늘에 비행기를 보면 20대의 나에게로 돌아가곤 한다.


19살에 시집을 온 십 대 소녀는 시어머니와 남편뿐만 아니라 자신 보다 나이가 어린 아버지의 동생들 속옷까지 빨아주며 뒷바라지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 20대가 된 엄마에게서 내가 태어났다.


조금 사는 집이라고 엄마를 무시하기 일 수였고, 못 배운 엄마는 묵묵히 시동생들 대학까지 보내줬다. 집안 재산이 고모와 할머니의 잘못된 투기로 없어졌을 때는 엄마에 대한 무시가 더욱 심해졌다. 엄격한 아버지는 마음만 있을 뿐 엄마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잃은 재산이 분해서 술을 드시고 할머니에 대한 화풀이를 엄마에게 하셨다.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내가 뭘 하면 엄마가 제일 좋아할까?"

엄마는 바느질하시며 말한다.

"공부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그날 이후 동생들과 공부를 약속했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 형제들이 결혼해서 모두 출가했다. 할머니에게 다른 며느리들은 잘 배우고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명절 당일에 와서 용돈을 드리는 귀한 사람들이었다. 구박을 받으며 명절이면 혼자 일하는 엄마를 계속 봐야만 했다. 그 모습이 늘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엄마가 결혼한 나이인 19살에 원하는 곳에 합격을 하고 집을 떠났다. 그때 나는 사실 집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떠나는 마음은 무거웠다. 난 성공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공부다. 외우는 것! 우리 시대는 외우면 다 됐다. 주관식 문제도 미리 서론, 본론, 결론을 써놓고 외우면 되었다.


고맙게도 나의 빈자리에서 동생들도 열심히 공부해 주었다. 그렇게 엄마는 세 아들을 든든하게 키우셨다.

이제 그 세 자식들은 꽤 괜찮은 위치에서 어렵지 않게 산다. 그러나 엄마의 말씀대로 겸손하고 검소하려고 노력한다. 부부애도, 형제애도 좋다. 엄마의 부탁이었다. 엄마의 눈물로 만든 긴 세월의 승리였다. 엄마도 웃고, 우리도 웃는다.


내가 가정을 갖고 스스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를 힘들게 했던 모든 관계를 잘랐다. 나의 처절한 냉정함에 나도 마음 아팠다. 우리에게 기억된 지난 역사를 칼자루로 사용하여 할머니와 아버지의 형제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아버지는 화를 내셨고 엄마는 울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생각하는 대가족 모두 행복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행복해야 엄마가 행복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것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아버지와도 처절한 담판을 지었다.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이기지 못했다. 좋아하시던 술도 60세가 되시기 전에 끊으셨다. 그리고 공직에서 은퇴하시고 20년 넘게 약속을 지키고 계시니 고맙고 미안하다.  


수많은 삶의 위기에서 엄마는 많은 병을 얻으셨으나 모두 고쳐오고 있다. 우린 그렇게 의지하며 이겨내고 있다. 나의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했다. 모든 가족이 그렇겠지만 흘린 눈물이 강물일 테고, 삼킨 눈물이 바다일 것이다.  


시기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수단이 있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일 수 있을 테니. 나의 20대 후반은 그렇게 흘러갔다.

할머니가 떠나시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억은 오로시 남겨진 사람의 몫이니까. 내게 미안해하지 말고 엄마에게 했어야 했다. 아무리 남아선호 사상의 세상이었다 해도.


엄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과묵한 아버지도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좋다. 그러나 마음은 늘 출렁거린다. 길지는 않지만 지난 삶의 계곡을 지나며 배운 교훈이 있다.


'밤이 어두울수록 등대의 불빛은 더 밝다.'


모든 변화의 처음은 나이고, 막다른 골목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할 수 없으면 그때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의 희망을 찾은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에서 뼛속 깊이 새긴 말이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지난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보니 느낀 말들이다.


내 작은 변화가 가족을 변화시키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다. 막막한 어둠에서 한 줄기 등대를 품고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을 본다. 지금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미래에도 못한다는 것을 나의 힘겨운 한 걸음이 알려 주었다. 그리고 소리 내어 울지 못했던 순간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


그러나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의 분노와 상처가 너무 커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했던 나를 용서하기란 너무도 힘들다. '너를 용서한다'는 말은 어쩌면 결국 나를 용서하는 일이다. 후회도 마찬가지다. 한 번 뱉은 말과 행한 행동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결국 상대의 심장을 꿰뚫고 상대의 마음을 향한다. 좋은 말을 써야 하는 이유다. 긴 세월 자신을 잡고 있는 내 마음속 사하라 사막은 외로움이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삶이 기울어져 슬퍼지는 순간들, 나 자신의 나약함과 냉정함이 만든 후회되는 순간들, 힘겨운 현실에서 아무 말 못 하며 어쩔 수 없이 지탱하고 살았던 가여운 모습이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사하라 사막이다. 아무도 없는 마음속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그래도 삶은 여전히 내가 진정 원하는 목적의 바다로 흘러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 그래도 등대가 있기에 나는 내 인생호의 키를 잡고 거친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다. 내가 긍정을 말하고, 꿈과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다.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의 바다다.

지금의 긍정과 꿈과 희망과 용기의 강이 흘러가는 곳이다. 주저앉아 힘겨워하고 포기하기에 우리는 너무도 강하다. 남과 비교하며 보내기에 우리의 시간은 너무 아깝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기에 오늘의 삶은 너무도 소중하고 특별하다. 나를, 너를, 우리를 사랑하며 살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직접 부딪히며 살아온 세월의 교훈은 하나하나 세포가 기억하고 있기에 그 어떤 책에서 배운 교훈보다 더 강렬하다. 그것이 좋은 일이었건, 아픈 일이었건 우리는 그 교훈을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수업이고 그 수업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그 인생 수업으로 좋은 글과 책이 만들어진다. 그 글과 책은 또다시 좋은 사람을 만든다.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괜찮아! 오늘도 좋은 날이야!"라고 말하면서.


밤이 어두울수록 등대의 불빛은 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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