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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우리의 1년이, 한 장의 그림이 되던 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의 AI로운 아빠생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로 가족의 일과 삶을 행복으로 채우는 어느 아빠의 실험기. 딸 시우는 여섯 살, 호기심 대마왕. 아내 서윤은 42세, 한 패션 브랜드의, 야근 많은 마케팅 팀장. 그리고 나는 40세 동화작가이자 콘텐츠 기획자. 본 연재 <AI로운 아빠생활>은 AI라는 똘똘한 비서와 함께, 딸의 상상력을 키우고 아내의 하루를 덜어주며, 가족의 일상을 작은 행복으로 채우려는 한 아빠의, 엉뚱하고 다정한 실험 기록이다. 과연 '나' 시우아빠는 AI로 더 좋은 아빠, 더 든든한 남편이 될 수 있을까?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12월 초. 연말 실적 보고와 송년회에 녹초가 되어 돌아온 아내 서윤이 달력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크리스마스 카드….” 셀렘이 아닌 또 다른 의무감의 목록. 해마다 이맘때면 온 가족이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고 카드를 만드는 것은 우리 집의 연례행사였다. "여보,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 사진 찍을 기운도 없어." 아내의 지친 목소리가 거실을 무겁게 채웠다. 작년 가족사진 속, 입꼬리만 억지로 끌어올렸던 어색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한테 30분만 줘. 올해는 우리가 진짜 웃을 수 있는 그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볼게." 그리고 첫 번째 시도. 쩝, 처참한 실패였다. ‘행복이 넘치는 시우네 가족의 크리스마스’라는 프롬프트에 AI가 그려낸 그림은 완벽했다. 맞다, 완벽한 남의 가족. 금발의 아빠와 벽안의 엄마, 우리가 키우지도 않는 골든 리트리버까지.


문제는 AI가 아니었다. SNS에나 어울리는 '완벽한 행복'의 이미지를 원했던 나 자신. "에이, 이건 우리가 아니잖아!" 여섯 살 ‘팩트 폭격기’ 시우의 한마디. 그러게,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미안. 아빠가 틀렸어. 완벽한 그림 말고 진짜 우리 이야기를 찾아보자. 올해… 당신이랑 시우, 언제가 제일 좋았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지?" 나는 노트북을 덮고 아내와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공룡 박물관 갔을 때!” 나도 웃으며 거들었다. “맞다, 그때 티라노사우루스 보고 놀라서 엉덩방아 찧었잖아.” 아내도 피식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내가 그 큰 PT 성공하고 칼퇴했던 날도 좋았는데. 당신이 와인 따라줬잖아.”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때 시우가 외쳤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 말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선물 주면 안 돼?”


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췄다. 가족의 대화를 한 자 한 자 엮어 새로운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구체적인 문장들. “따뜻한 우리 집 거실, 아빠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엄마는 와인잔을 들고 행복하게 웃고 있어. 창밖으론… 산타 모자를 쓴 티라노사우루스가 ‘엄지 척’을 하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풍경. 클래식한 동화 일러스트 스타일로.”


화면 속 픽셀들이 마법처럼 제자리를 찾아갔다. 아내와 시우가 화면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잠시 후 나타난 그림. 사진처럼 정교하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우리의 2025년이 있었다. 동화책을 든 나, 와인잔을 든 아내,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보는 시우까지. 창밖의 티라노사우루스는 엉뚱했지만, 그래서 더 우리다웠다. 한참 그림을 들여다보던 아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그냥 그림이 아니네…. 우리의 2025년이 여기 다 있네." 기술이 선물한 것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보듬는 따뜻한 대화였다. 올 연말, 나는 이 이야기가 담긴 카드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낼 참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 시우 아빠의 슬기로운 AI 활용법


연말의 '숙제'를 가족의 '축제'로 바꾸는 AI 카드 만들기. 중요한 건, 가족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려는 따뜻한 마음이다.


1. 막연한 감정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바꾸기: ‘행복한 가족’ 같은 추상적인 단어 대신 ‘여름휴가 때 아빠가 잡아준 물고기를 들고 환하게 웃던 아이의 모습’처럼, 우리 가족만이 아는 구체적인 추억을 입력해야 한다. AI가 그리는 것? 가족의 시간을 담은 한 편의 기록이다.


2.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 스타일 지정하기: 이야기를 골랐다면, 스타일을 결정할 차례다. ‘앤서니 브라운 동화책의 따스한 색감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아련한 풍경처럼’ 등, 내 머릿속 감성을 명확하게 지시해야 한다. AI는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화가가 아니다. 내 의도를 '구현'해주는 보조 아티스트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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