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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Feb 23. 2024

국제학교에 코리안 모임이 있다고요?

엄마들 사교의 첫 시작

8월이나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국제학교에서는 학교가 새로 오픈되는 시점에 맞춰서 이메일이 오기 시작한다.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가족들을 위한 웰컴 오리엔테이션도 있고, 재학생과 신입생 학부모 모두를 위한 모닝 티타임 같은 작은 이벤트도 마련된다. 이 날은 빵, 과일 등의 핑거푸드와 커피, 주스, 차, 음료 등이 한쪽에 준비되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들과 스텝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각국의 엄마들이 모여서 인사도 하는 기회의 날이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갔다. 국제학교의 규모와 시설에 압도된 분위기, 또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혼자 어슬렁거리며 한쪽에 마련된 접시에 먹고 싶은 빵을 담고, 커피를 한 잔 따라서 배회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외국 엄마들은 누군지 몰라도 눈인사를 찡긋하며 반가운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입은 웃고 있지만 얼굴은 긴장된 안면근육을 여기저기 보이며 어색함을 견디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반가운 한국말이 들렸고, 처음 왔으니 인사나 해야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의사소통이 편하니 당연히 중국, 한국 등 같은 나라의 엄마들끼리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많았다. 처음 온 내게 반갑게 인사해 주고, 편하게 한국말을 하니 다소 긴장되었던 내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나처럼 새로 오신 분들은 이미 주변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있으면 함께 택시를 타고 모여다니기도 했다. 친해지면 먼저 학교를 다닌 한국 엄마들을 통해서 이런저런 학교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타지에서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계 형성을 맺고 싶은 새로 온 엄마들은 기존의 엄마들 틈에 잘 융화되어 편안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곳에 집을 구했는지, 집의 가격은 어느 정도로 계약을 했는지를 듣고 자신 혹은 자신의 지인과 비교하거나, 한국에서는 어디서 살다가 왔는지, 어느 회사의 주재원인지, 아이는 몇 학년인지, 이제 막 온 내게 몇 년 뒤에 돌아갈 계획인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가 첫 국제학교가 아닌 경우에는 어느 학교에서 전학을 왔는지 묻기도 하고, 첫 만남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끼리의 대화라고 하기엔 너무 깊다고 느껴졌다. 어느 정도 친해진 사람들과 서서히 상대를 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 온 사람들을 향한 당연한 궁금증은 일방적인 질문과 대답의 형태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내가 적당히 둘러댄 나의 정확한 개인 정보가 나에게서 나오지 않자, 아이를 통해서 묻고 대답을 얻어갔다는 점을 알고 기분이 묘했다. 이곳은 비밀이 없는 곳인가.


한국인들은 한정된 몇몇 곳에서 살고 있었고, 학교 버스 노선이 같으니 아이들도 그 안에서 부딪치게 되고, 학교, 학원, 어쩌다가 동석을 하게 되면 다른 학년, 다른 학교까지 누군지 얼굴을 다 알게 되는 거대한 조직 같았다. 또 대부분 주재원들이 많으니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면서도 뭔가 다른 차이점이 있으면 그걸 궁금해하며 묻는 게 온 지 얼마 안 된 뉴 페이스의 입장에서는 호구 조사를 받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몇 지인들과 개인적으로 소소한 만남을 즐겼지만, 주재원 특성상 만나자마자 곧 헤어짐이 있거나, 서로 이별의 끝을 알고 만나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단편적인 만남들의 연속이라는 점이 좀 아쉬웠다.


원치 않는 단톡방에 추가가 되다.

중국 생활은 기본적으로 위챗에 단톡방의 개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매일 올라오는 반찬과 국의 메뉴 소개와 주문을 위한 반찬가게들의 단톡방, 마트 단톡방, 한국 한의원 단톡방, 공구방들의 수만 해도 그 알림을 일일이 보려면 눈이 빠질 정도이다. 이런 종류는 중국살이에서 먹고 살아가기에 필요한 생존의 단톡방이라 알게 되면 감사한 그룹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소개받아서 자동적으로 추가된 단톡방은 여러 개의 학교 한국인들의 단톡방과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었다. 한국인들의 단톡방 이외에 외국인들도 모여있는 반별 / 학년별 단톡방이 상황에 따라 추가가 되니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만 관련된 단톡방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 나 단톡방 싫어하는데.' 학교에 따라 공식적인 단톡방이 학부모 대표 그룹인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정말 필요한 정보만 올라오니 도움 되는 방이었다.


새로 입학을 하면 누구인지 모르는 어느 한국인 대표 학부모에게 연락이 오고, 반톡 소개를 받게 되고, 그 안에서 또 얼굴을 모르는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소식을 전하고, 단톡방은 쉴 새 없이 울릴 때가 많다. 내게도 연락이 왔을 때 자신을 대표 학부모라고 소개한 사람은 나도 모르는 아이의 이름을 대며, 혹시 이 아이의 엄마를 아는지, 연락처를 아는지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학년톡을 구성해야 하는 게 주어진 역할인가 보다.


국제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를 권장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개개인이 학교의 한 구성원 중의 하나이고, 국적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 대표 그룹인 PTA(Parent Teacher Association)가 존재한다. 원하는 사람은 PTA에 가입하여 학부모 대표 활동을 하고, 중국이나 한국처럼 머릿수가 많은 나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모임이 있는 것 같았다. '아,,,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모임은 정말 불편하다.'


외국인들이 함께 있는 반 단톡방은 가끔 필드 트립 질문이나 학교에 연락을 해야 할 때 담당 연락처를 묻는 정도가 올라오거나, 공식 안내, 혹은 반별로 선생님들을 위한 소소한 선물을 위한 회비를 낼 때만 글이 올라오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인데, 한국인들이 있는 단톡방은 서로 알고 지내고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만큼 서로의 친분이 드러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래서 그 안에 속해있지 않으면, 가끔 나 혼자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기도 하고, 대답을 하고 싶지 않은 주제인데 대답을 해야 될 때가 있어서 불편했다.


학교의 주요 일정은 학교에서 매주 Weekly news라는 이메일을 통해서 정보가 전달되고 업데이트되지만 영어로 안내가 되므로 번역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내가 국제학교의 학부모가 된 이상 스스로 그 일을 해내는 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국제학교란 곳의 시스템과도 익숙해지고, 다른 나라의 학부모들처럼 전체 학교 구성원 중의 자유로운 한 학부모이고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인회라는 모임이 있는 이상 나는 개인 학부모지만, 단체에 응답해야 하고, 무언가를 따라야 하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었다.



여러 사람의 성향이 있듯이, 새로운 나라에 살게 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적응을 할 때, 그곳에 먼저 온 사람들에게 여러 정보를 듣고, 학년별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어서 문의를 하거나 소개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부딪치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놓치면 놓치는 대로 학교에서 연락을 받기도 하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도 나도 경험하고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기본적인 녹색 어머니 활동과 사서 활동만 해본 입장에서, 갑자기 학교 엄마들의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다. 또 모두를 알아야 한다는 게 마음에 짐이 될 때가 많았다. 쌓여가는 영어 이메일과 단톡방의 새로운 메시지들은 나중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일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입학 신청을 할 때 한국인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활동을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체크를 하거나 메일이 오면 원치 않는다고 써서 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니었다. 해외 생활을 오래한 지인들의 경우에는 여러 경험 끝에 처음부터 이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사는 선택을 해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사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게 훗날 나의 모습이 되었다. 한국인들이 좀 덜 모여있는 나라의 주재원 와이프들은 다른 모습일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좋아하는 외향형 사람들은 해외살이에서 모임이 없거나 만날 사람이 없으면 힘들어한다. 운동할 때조차 혼자 걷거나, 운동 다니는 걸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해진 모임이나 밥모임이 큰 해외살이의 버팀목이 되지만, 반대로 사람을 만나면 기가 빠지는 내향형의 사람들은 반대로 억지로 나가야 하는 모임에 힘들어한다.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학부모가 아닌 것도, 한국인이 아닌 것도 아니다.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편한 나의 선택일 수 없을까.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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