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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r 29. 2024

 나는 중국 주재원 와이프 3대 바보다.

중국 주재원 와이프 사이의 우스개 이야기

중국에 주재원 가족으로 처음 왔을 때 어느 모임을 통해서 주재원 와이프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재미있는 우스개 소리를 들었다. 바로 중국 주재원 와이프 3대 바보라는 이름의 어떤 류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과 서비스를 누리지 않고 어찌 보면 무식하게 살아온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미련하게 사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미련함은 우직하거나 열심히 살아가는 개인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중국 주재원 와이프 3대 바보
1. 중국어 가정부인 '아이(阿姨)'를  쓰지 않는 여자이다.

중국에서는 이 가정부인 아이의 비용이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하다. 요새는 중국도 물가가 올라서 인건비가 예전만 하지 못해서 과거의 중국에서 주재원 와이프 생활을 했던 사람들과는 많은 물가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저렴한 건 사실이다. 보통 집안 청소만 할 경우에 시간당 30 rmb-50 rmb라고 들었다. 한화로 5,000원에서 10,000원도 안 하는 가격이니 하루에 3시간만 고용해도 30,000원도 안 하는 가격에 평소에 귀찮던 화장실 청소, 다림질, 빨래 개기, 각종 소소한 집안일을 나의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내 무릎을 굽히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내가 알던 사람들은 보통 주 2-3회 정도 일주일에 3번 정도를 아이를 고용해서 집안일을 맡기고, 아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일을 시키기 위해서 집에 있기도 하지만 숙련되고 오랜 관계가 이어졌다면 집을 맡기고 나가서 볼일을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말로 친절하기도 하지만, 다른 말로 오지랖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종종 엄마들에게 아이 소개를 받거나, 권유를 받기도 했고 무식하게 집안일을 하는 걸 답답해하며 왜 아이를 쓰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단 나는 내향적이기도 하고, 모르는 누가 우리 집에서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다. 남편도 아이도 다 비슷한 성향이라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옷을 개고 청소를 하는 게 싫다고 했다. 또 아이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1주, 1년, 주재 기간 동안 모이면 꽤 큰돈이 된다. 사지멀쩡하고 시간도 많은데 내가 할 일을 굳이 맡기고 싶지 않았다. 한 분은 한국 가면 어차피 내가 다시 다 해야 할 일이므로, 중국에 있는 동안 편하게 쉬고, 몸 건강하게 여유 있게 살다가 갈 거라며 아이의 청소 방식이 느리네, 깨끗하게 안 하네, 사람을 바꿔 볼까 등등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2. 중국어 배우는 여자이다.

한인타운에 살다 보면 사실 중국어 없이도 살아가기에 큰 무리가 없다. 한인마트, 한인 식당, 한인 미용실 등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들이 존재하고, 위챗의 번역 기능을 통하면 웬만한 중국어 없이도 일상생활에서의 익숙한 동선들에서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다들 초반에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여러 부류로 나뉜다.


학교에서 학생처럼 정말 열심히 중국어를 배우는 분도 있고,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현지 중국어 원어민에게 배우는 사람들, 또 한국인이 중국에서 살아가기에 필요한 최소한이지만 최적화된 수업을 하는 학원도 있다. 성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중국어를 공부한다. 해외살이를 제대로 하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 로컬 문화까지 깊숙한 이들의 문화도 알 수 있고, 내가 불리한 경우에 제대로 할 말도 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의 특성상 널뛰는 성조와 발음으로 시간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실생활에서 발휘되지 않고, 한자라는 언어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계속 이어가기에 힘든 외국어이긴 하다.


나도 초반 6개월은 중국어 공부를 꽤 열심히 했고, 매일같이 학원에 가서 수업하고, 나름 모범생이 되고 싶어서 복습도 열심히 하고, 흥미를 더 느끼려던 찰나에 어이없는 이유로 중국어를 그만두게 되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는 여자가 바보건 아니건, 그것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중국어 수업 후의 시간들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아침 일찍 나왔으니 집안 청소도 해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엄마로서 주부로서의 일을 해야 하는데, 늘 학원에서의 한국 사람들은 끝나고 밥 모임, 차 모임, 쇼핑몰 등 모임을 자주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낯선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는 타입인데, 즐겁게 수업을 하고 와서 늘 혼자 쌩하고 나가버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예의상 관계상 가끔 모임에 껴서 억지로 먹고 싶지 않은 중국 맛집 투어를 한다거나, 짝퉁 쇼핑을 구경한다거나,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게 고지식한 나에게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결국 6개월 만에 중국어 학원을 관두었으니 3대 바보에서 바보 1개는 빠지는 건가?


3. 진품 사는 여자이다.

중국은 뭐니 뭐니 해도 짝퉁의 천국이다. 오래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유통시키는 짝퉁 업체도 꽤 많아서 엄마들과 학원 끝나고 쫄래쫄래 쫓아가서 구경도 해봤고, 구땡, 프땡, 루땡, 그 외에 나도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들의 이미테이션 지갑, 가방, 손거울, 심지어 장바구니, 의류 등 저렴한 가격에 감쪽같은 디자인들은 한국 엄마들의 눈을 뒤집어놓을 만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브랜드에 관심도 없고 뭐가 좋은 건지도 잘 모르는 단순한 사람이지만, 하도 유명하다고 하니 작은 가방을 한 번 따라서 사본 적이 있다. 다들 지갑을 여는데 혼자 맨날 눈으로만 보는 것도 그래서.


가방을 메고 스쿨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다른 집 엄마가 귀신같이 알고 조용히 할 말이 있는 듯 다가왔다. 그들 눈에도 짝퉁임이 보이나 보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 위치나 위챗 있으면 알려줄래요?" 정보를 받은 그들은 꽤나 만족해했다. 이 가방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었다. 곧 해지고 닳고. 그 뒤로 나는 짝퉁을 사지 않는다. 저렴해도 제대로 된 진품이 좋다. 흥정도 잘 못하고 그런 관계 자체가 싫은 고리타분한 사람이다.


가끔 타오바오에서 진품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짝퉁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브랜드의 이름이나 그림을 그대로 따라한 가품도 별로인데, 심지어 너무 티 나는 웃기는 짝퉁이 진짜 많다. 정품 매장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제품도 있지만 잘 봐야 한다.


중국에서 귀국할 때 선물하는 인기 상품 중의 하나가 바로 짝퉁 스카프, 벨트, 가방 등인 거 보면 짝퉁은 중국을 대표하긴 하나 보다. 위챗으로 판매하는 업체 중에서 특 A급이라며 고가로 판매하는 중국 업자들도 참 많다. 한국에서 쓰던 천 쪼가리나 아님 중고등 학생들이 들고 다닐법한 지갑과 가방을 선호하는 나는 주재원 와이프 3대 바보로 통과이다.


이외에도 번외로, "골프 안 치는 여자", "집 밥 해 먹고 외식 안 하는 여자"가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는데, 골프도 안 치고,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가끔 피자, 햄버거, 급할 때 한인마트에서 반찬을 사 먹는 걸 제외하면 외식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니 결국 중국 주재원 와이프의 온갖 바보에 속하는 나이다.


바보라도 괜찮다. 나는 그냥 나대로의 내가 편하고 익숙하다. 내게 필요한 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초록초록한 여유로운 평지길과 근처의 마트가 있는 조용한 주거지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내게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는 내향형 집순이지만 나대로의 삶으로, 사는 동안 중국 주재원 와이프 3대, 4대, 5대 바보로 살아왔지만 이 인생도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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