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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r 15. 2024

외국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불청객!?

당신이 초대한건 아니잖아요.

아이가 국제학교에 다녀보니 나도 겪지 못한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다. 여러 인종이 섞여서 서로 융화되어 친하게 지내는 모습도 신기하고, 유난히 생일파티 문화가 많은 것도 한국과 다른 점이었다. 아이가 경험한 바로는 외국 친구들은 저학년 때는 친한 친구 이외에도 반 친구들을 많이 초대해서 트램펄린 파크에서 3시간 정도를 놀거나, 정원이 넓은 주택에 초대하여 하루 시간 보내기, 단지 커뮤니티의 수영장에서의 풀 파티, 피자집에서의 피자 파티, 레이저 건 파티 등 핼러윈 파티, 학년이 끝나면 또 파티, 엄마인 내가 봐도 정말 즐기면서 재미있게 학창 시절을 보낸다. 고학년이 되면 정말 친한 소수의 친구들과 슬립오버를 하기도 하고, 시내에 방탈출 게임을 가고, 스포츠를 즐기다 오기도 한다.


어떻게 하다가 아이가 친해진 외국 친구가 있었고, 어느 날 아이는 친구가 주는 생일파티 초대장을 가지고 왔다. 그 종이에는 생일 파티 장소와 시간, 그리고 초대 문구와 부모님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국제학교에서의 생일파티도 처음이고 신기한데, 외국 친구한테 초대받은 것도 생소하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정성스럽게 생일카드도 쓰고 선물도 준비해서 주말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에 회사에서 차량이 제공되었지만, 시내 길과 맵에 주소를 적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아서 우리는 생일 파티 장소로 일찌감치 출발했다. 도착해서 길을 헤맬지도 모른다는 준비성이 더해져서 생일파티 30분 전에 도착을 했고, 이미 그곳에는 생일 주인공과 함께 온 듯한 친구들이 놀고 있었고, 주인공의 엄마가 한쪽에서 생일상을 준비하고 계셨다. 처음 보는 외국 엄마한테 아이와 내 소개를 하고, 그다음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망설이며 서있는데, 보통 아이들을 내려주고 엄마 아빠는 인사를 하고 몇 시에 픽업을 하러 온다며 자리를 떠나는 분위기였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이 보이고, 긴팔 티셔츠들 사이에 더운지 우리나라의 민소매 속옷 차림으로 옷을 벗고 뛰어노느라 정신없는 친구도 있었고, 갑자기 벌에 쏘인 것 같다며 아빠를 찾고 우는 친구가 있어서 내가 지갑에 아이 때문에 늘 챙겨가지고 다니는 반창고를 주고 울음이 그치기도 하는 등 그들만의 열정의 도가니였다.


나와 남편 역시 바로 자리를 뜨려다가 분위기를 지켜봤는데, 엄마 혼자서 접시와 커트러리를 세팅하고 집에서 준비해 온 과일을 플레이팅 하며 사과도 자르고 분주해 보였다. 한국의 며느리 경력과 눈치구단인 나는 어색하지만, "Do you need help?"라는 짤막한 영어와 함께 어느새 그 엄마를 도와주며 간단히 국적과 소소한 서로의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점점 아이들이 모이고, 약속한 이벤트가 시작되는 모습이었는데, 주인공의 엄마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생일파티 초대장만 받고 파티에 온 거라서 누가 오는지, 몇 명이 오는지 알 수 없었고 그걸 묻는 건 실례였다. 아이가 들어가는 모습만 보고 자리를 떠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벤트 업체와 약속한 시간에서 10-15분이 지나고 주인공 엄마는 내게 이야기를 했다. 몇 명의 엄마들이 더 오기로 했는데, 다 와간다고 메시지가 왔다고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이미 줄을 서서 언제 들어가냐고 여기저기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들을 내뿜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몇 명이 허겁지겁 들어오며 미안하다고 조금 늦었다며 서둘러서 아이들을 입장시켰다. 바로 한국 엄마들이었다. 모임에서 얼굴만 보았던 사람들이라 간단히 인사만 하려는데, 그중 한 명이 나를 보고, 놀라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황당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xxx 도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어요?

네.(왜 물어보지? 질문이 좀 이상한대?)

음, 그런데 이 친구랑 친해요?

(잠시 망설였다. 그건 내가 확인하지 못했다.) 글쎄요. 친하니까 초대했겠죠?

어떻게 친한데요?

그런 잘 모르겠는데, 뭐 같이 노나 보죠.

여긴 어떻게 왔어요?

차 타고 왔죠.

초대받은 줄 알았으면 같이 올걸 그랬네요.

집이 다른데 굳이,,,,


이 대화의 흐름은 뭐지? 그녀의 입이 열릴 때마다 이 뭔가 감지되는 불편한 기류가 점점 불쾌했다. 본인도 초대를 받은 당사자인데, 초대받은 우리한테 이곳에 어떻게 왔냐고 묻는 것도 우습고, 친하냐고 묻는 것도 유치하고, 같이 온 그 무리들조차 집이 다른데 굳이 한 곳에서 모여서 온 것도 생산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심지어 생일 파티에 늦어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고 피해를 준 상황에 이렇게 당돌하기도 쉽지 않은데. 자신은 성격상 원래 털털하니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둘러댈 수도 있겠지만, 듣는 우리의 입장은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끼리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선을 많이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못 올 자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텃새인지 질투인지.


순식간에 나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외국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때 처음 알았다. 이곳에서는 한국인인 아이가 외국 친구랑 친하게 지내거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노는 것조차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엄마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듯이 아이들도 무리를 지어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안에 끼지 않으면 뭔가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비치는 튀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그날로 나는 주인공 친구의 엄마와 학교에서 만나면 살갑게 인사하고, 아이들끼리 플레이 데이트도 하고, 그 엄마한테 요리를 배우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값진 시간들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늘 주변에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얼마나 친한지, 아이에 대해서도 쓸데없는 오지랖을 보이는 시선도 함께 따라다니게 되었다.


이런 부류는 물론 소수이지만, 늘 주변에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욕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정보 수집에 능해서 아는 것도 많지만 함부로 누구에게나 발설하지는 않는다. 어디서든 목소리도 크고, 굉장히 밝고 활달한 척을 하는 쾌녀지만, 나 같은 성격의 사람의 눈에는 언행 속에 묻어있는 시기와 질투가 보인다. 해외까지 와서, 국제학교까지 와서 왜 몰려다녀야 하는지, 이 작은 곳에서도 왜 서로를 밟고 올라가려고 하는지, 남이 초대를 받건 말건 별 걸 다 묻고 참견하는 게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수준 낮은 대화였다.


국제학교에 왔으니 이곳의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잘 지내는 게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당연한 경험인데, 자신들의 아이와 비교하며 아이들의 학교 생활조차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많은 게 참으로 부질없어 보였다. 어느 애는 어떻더라, 이 친구는 뭐를 잘해서 좋겠다, 저 친구는 좀 이게 별로더라,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엄마들이 왈가왈부하는 게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옳은 판단일까.


참관수업에서도 이런 류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남보다 어떻게 하는지, 또 어떤 애들이 주목을 받는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쟤는 외국 애랑 잘 노는데 너도 좀 놀아봐. 너도 저 아이처럼 적극적으로 손들고 참여 좀 해봐. 너는 왜 발표를 안 하니? 저 친구랑 인사 좀 해봐." 안 그래도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원래도 성향이 소극적인 자녀대신 엄마가 나서서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과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지금 아이가 해외의 낯선 곳에서 긴장과 불안감을 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적응 중일수도 있는 작은 변화들을 느끼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여, 내 아이는 남보다 나아야 하고 실패하면 안 된다는 일념하에 채찍질 중 일수도 있지 않을까. 엄마들은 편의에 의해 모여 다니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이 놀고 싶어 하는 한국 친구들 대신에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바라는 이중성이 도드라져 보였다. 아이가 어떤 친구 관계를 편해하는지 지켜봐 주면 좋을 텐데 의욕이 앞서니 다그칠 수밖에.


학년이 바뀌기 전에 반편성이 되고 나면, 아이의 반에 한국 친구들이 몇 명이 있는지, 혹 너무 많으면 다른 반으로 바꿔달라고 한다는 엄마들의 요청으로 가끔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만난 전학을 한 엄마를 통해서 듣고도 많이 놀랬었다. 어느 나라든지 수가 많으면 모이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상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불편한 오지랖도 관심도 더욱더 나를 숨 막히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우리의 첫 생일파티 초대는 초대는 받았지만, 초대를 받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이 되어버렸다.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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