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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Apr 05. 2024

결국 내 몸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병명도 모르는 온갖 스트레스성 증상들

나대로 살면 괜찮을 줄 알았다.


주거지만 바뀌었을 뿐, 내가 살아온 대로로 살면 될 줄 알았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적당히 내 성향을 오픈하고, 적당히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적어도 나는 남의 삶에,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이러쿵저러쿵 내 의견을 얹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럴 에너지조차 없었다. 내가 상대하기에 역부족인 몇몇 사람들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은 점차 시들어가는 꽃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피할 수도 없는 이곳,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 없는 이 상황들로부터 단절되고 싶었다. 이미 나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었을 테지만, 좋은 사람들한테도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는 내 마음에 혼자 힘든 날이 많았다.


횟수를 제한했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 모임과 만남에 몸이 축이 나기 시작하고, 늘 머릿속은 오만가지의 생각들과 고민 들고 가득 차 있고, 또 꼼꼼한 성격과 일처리를 해야 하는 강박으로 나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곱씹어야 할 말들이 뒤늦게 떠오르고, 뒤에서 재고 따지는 관계도 불편하고, 이런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지속되자 나 스스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두통이 계속되었고, 넘쳐나는 화에 뒷목이 뻐근한 일도 잦아서 늘 타오바오에 나의 주요 쇼핑 목록은 온갖 마사지 기구들이었다. 그러다가 소화가 안 되기 시작하더니, 가슴이 쓰리기 시작하며 위산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결국 한의원에 가서 "역류성 식도염"이란 진단을 받고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큰 병 없이 잘 살아왔는데, 어디가 아파서 시작된 병이 아닌, 원인을 알 수 없는 즉, "신경성", "스트레스성" 병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파에 한 번 앉지 않을 정도로 집에서도 바쁜 내게 역류성 식도염은 참 우스운 병이라고 느껴졌다.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기에는 증상들이 기이했다. 마치 심장병과 비슷한 느낌으로 심장 박동수가 마구 올라가기도 하고, 왼쪽 등에 담이 오듯 뻐근한 증상과 왼쪽 팔도 저린 일도 잦아서 검색으로 보면 이건 증상으로는 심장병과 유사했다. 병원 이용이 힘든 이곳에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마다 많이 불안하고 괴로웠다. 처음의 경미한 증상들은, 통제할 수 없는 나의 자율신경에 의해서 점점 더 알 수 없는 상상 속의 병으로 커져가고 있었다.


머리에 침을 놓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내 두 개 골에 첫 침이 꽂히는 순간, 내 머리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야라고 겁을 먹으며, 두통이 있을 때마다 한의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 두통은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열의 순환이 되지 않아서, 머리로 열이 올라서 그런다며 또 몸의 열순환을 하는 약도 지어먹기 시작했다. 점점 내 몸은 고슴도치처럼 온갖 곳에 침이 꽂히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이런 치료들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다. 한 번 방문에 한국 돈 100만 원을 주고 심장 초음파를 수시로 찍어대고, 24시간 심전도에 모자라 36시간, 72시간 심전도까지 하게 되었다.


내 몸이 이렇게 변해가자,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았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단톡이 뭐가 그리 중요한데, 그 엄마들 관계가 뭔데,,,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었던 나는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고, 입맛도 없었다. 많이 괴로웠다. 혼자서도 잘 참고 버티는 성격이었지만,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남에 의해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었다.



굳이 회사 오픈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그걸 굳이 찾아보는 일이 발생했다. 모임 자리에서 학비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다들 이메일을 확인하며 액수를 보게 된 날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인보이스를 찾아서, 액수가 전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학비는 개개인의 회사 지원과 아이의 EAL 여부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 이게 왜 이상하다고 하는지 의문이기도 했다. 그때 한 분은 금액 좀 보자며 내 전화를 보고 싶어 했고, 나는 금액 부분만 확대해서 전화기를 건넸다. 그런데 내 눈에 보인 그녀의 손가락은 말로는 "이상하다."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화면 터치를 하며 움직이는 게 아닌가. 어,,, 계속? 뭐 하는 거지?


전화기를 달라고 요청했을 때, 내 두 눈에 보인 내 전화의 화면은 우리의 회사명이었다. 그때 진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고, 친한 분이 따라와서 "원래 그러는 거 알잖아. 다들 좋아서 잘 지내는 거 아니야. 그냥 그런 척하는 거야."라며 다독였지만,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외국분이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서 차를 얻어 타게 되었는데, 나와 그분이 단둘이 남게 되는 게 또 질투가 났는지, 계속 나보고 자기 집에서 내려서 걸어가면 되지 않냐며, 어이없는 제안을 해서 남의 집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할수록 해결책은 단 하나였다.


누군가에게는 별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 일도 큰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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