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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May 10. 2024

한국 친구들의 오지랖에 경악했다.

국제학교 아이들 문제 해결하기

한국에서도 조용히 학교를 다녔던 아들은 국제학교에서 역시 자기가 원하는 길을 찾아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아이 역시 나의 성향을 어느 정도 닮아서 꽤 독립적이고 주변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라, 그 나이대의 천진난만한 모습 그대로 자신과 어울리는 또래 친구들을 찾아서 잘 지내는 편이었다. 어린 시절에 국제학교를 경험하는 것의 장점 중의 하나는 한국인끼리만 놀아야한다는 편견이 대체적으로 없는 편이다. 엄마 역시 굳이 아이한테 한국 친구들을 억지로 붙여주지 않으니 학교에서 원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 중에 몇몇 외국 친구들과는 단짝이 되어서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때로는 남의 생활에 관심이 많고 오지랖이 많은 아이들이나, 부모로부터 자신이 놀고 싶은 친한 친구보다 부모가 원하는 외국 친구들을 사귀라고 강요받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한테는 관심대상이 되곤한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좋게 말하면 쿨하고, 또는 남의 시선에 개의치하지 않는 아들은 간혹 몇몇 한국 친구들이 불필요하게 자시 생활을 간섭하거나 아이가 느끼기에 이상행동과 말을 하면 가끔 집에 와서 생각나는 말들을 문득 전할 때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또 스쿨버스에서 주로 친한 친구들끼리 집단으로 놀며 게임을 하고, 위챗에서 그룹을 만들어서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센 친구들은 오히려 유치하게 짝이 없는 행동으로 남한테 오지랖을 부리지는 않는다. 아들 역시 자기 할 일은 하며, 할 말을 하고 다니는 아이였고 크게 주목받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용히 묻혀서 지냈다. 그래도 때로는 주변에 애매모호 친구들이 엉뚱하게 일을 벌리는 모습들을 보며,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하고 방관하다가 점점 아이와 아이의 주변 친구까지도 불편함을 느끼게 되자,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한건 이 중에는 처음에 국제학교에 적응할 때는 힘들어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겨우 적응을 마친 친구들이거나 한 눈에 봐도 아이 자체는 조용하고 소극적인데, 엄마의 과한 푸시가 느껴지는 친구들이다.



부모로부터의 양육 방식이 경쟁을 일삼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친구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점을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그 방향이 엇나갈 때가 있다. 외국 친구들과 잘 놀거나, 친구집에 초대를 받거나, 잘 어울려노는 모습이 때로는 그들의 눈에 눈엣가시가 되나보다. 아이는 한 외국 친구와 헤어짐을 알기 몇 달 전에 급속도로 친해져서, 둘이 학교에서도 엄청 붙어다니고, 약간은 차가운 인상의 친구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녹였는지 그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 그 친구는 우리집에도 늘 오고 싶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내게 이야기했다. "엄마, 어떤 친구들이 자꾸 나랑 내 친구 뒤를 쫓아다녀. 우리가 가는데마다 미행하듯이 뒤따라 다니고, 급식을 먹을 때도, 자꾸 우리를 쳐다보고 우리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데, 오늘 그러다가 한 친구는 컵으로 물을 받으며 우리를 쳐다보다가 물을 다 쏟고, 그 뒤에 있는 외국 여자애들이 옷이 젖어서 도망가고 그랬어." 이에 더해서, 수업 시간에도 자꾸 말시키면서, 너만 그 친구집에 초대 받았냐며 자기도 그 친구집에 초대받은 적 있다며 쓸데없는 참견과 오지랖이 이어졌다.


수업 시간에 잡담을 하고 싶지 않는 간이 콩알만한 아들은 불편함을 토로했고, 점점 언짢았지만, 그냥 아이들끼리 있는 일상적인 관심에 그칠거라고 생각해서 아이가 속상하지 않게 이야기만 들어주고 말았다. 그동안도 여러 번 불쾌한 상황들이 있었지만, 점점 강도가 세진다고 느껴지다가 한 번은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내게 묻기 시작했다. "엄마, 혹시 엄마가 P.E 선생님한테 나 배구 선수 멤버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메일 보냈어?" 아직도 당시의 아이의 황당한 질문을 생각하면, 어린 친구들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너무 영악하고 소름이 끼쳤다. "무슨 소리야, 무슨 메일을 보내. 그리고 무슨 배구 선수?" "아니, 그 나 맨날 따라다니는 애들이 그러는데, 걔네가 애들이랑 모여있다가, 나는 운동도 못하는데 왜 저가 배구 선수 멤버에 들어가있냐고, 분명히 엄마가 선생님한테 이메일을 써서 부탁한거라고." 이때 점점 저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끓어오르는 억울함과 선을 제대로 넘는 아이들의 반응에 상황을 더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국제학교는 시즌마다 스포츠를 하고, 그 중에서 팀을 나누고 수준별로 아이들을 선발하여 주변 학교들과 친선 경기를 한다. 아이는 운동을 잘하는 편도,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어쩌다가 배구에서는 코치의 눈에 들어서 그 경기에 참여하는 멤버가 되었나보다. 이런 점이 국제학교의 장점이자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아이를 한 가지 모습만 보는게 아니라서, 아이도 부모도 몰랐던 개별적인 장점이 부각될 때가 있다. 그 팀에 들어가지 못한 친구들이 아이를 향해서 퍼부은 말이었다. 외동으로 누구와도 싸움 조차 해본 적이 없는 아이는 "아닌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상처로 다가왔을 것 같았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이런 생각들이 멈추지 않았고, 더이상은 이대로 방치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겪지 못했던 일들로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해야할지 고민했다. 그 아이의 엄마들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엄마들한테 할 이야기도 아니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니 학교에 맡기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굳이 이야기를 전달해서 말을 만들고, 일을 키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당시의 아이의 홈룸 선생님은 친절하고 아이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주어서 평소에도 참 존경하는 분이었다. 학년이 다 끝나갈 무렵에 선생님한테 몇 시간을 고심하고 번역기로 내용을 다듬어서 이메일을 보냈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메일만 보내봤지, 나의 속을 털어놓는 아이 상담은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다. 내용은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적었다. 현재 우리한테 벌어진 일들과 상황에 대해 정리를 했고, 또 내용은 정확하게 내가 알고 있는대로 서술하고, 이런 일들이 발생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하는 식으로 글을 작성했다. 다음 날 아침, 수신확인을 하려던 찰나에 이미 선생님한테는 답장이 와있었고, 어떤 방향의 답변일지 제목을 클릭하기 전까지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고 매끄러웠다. 선생님은 나의 메일을 받고, 아들을 불러서 대화를 하며 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를 하고, 문제의 학생들을 추가로 불러서 선생님의 지도하에 잘잘못을 따지며 너희가 이런 말을 했는지, 이런 행동들을 했는지에 대해서 사실 확인을 하셨다. 그리고 이 일은 학교에서 용납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사과를 하게 한 후, 앞으로 몇 주간 주의깊게 본다고 하시고, 다음 학년에 반이 올라갈 때 해당 친구들은 같은 반으로 묶일 수 없게 조치를 취한다고도 하셨다. 이 일을 알려주어서 고맙고 아들에게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엄마인 내게도 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상담을 요청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고 하셨다. 정말 너무 감사하고, 후련하고, 깔끔한 일처리에 몇 달이 넘는 나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E-mail from Mollie's mail box


아들의 말로 한 친구는 바로 인정을 했지만, 또 다른 친구는 울면서 끝까지 자기는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그 친구가 다시 보인다며 인생에서 또 다른 배움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잘못을 인정한 친구도 내가 평소에 지켜봐도 그냥 무난한 친구인데 무리에 잘못 껴서 놀다보면 때로는 그게 잘못된 행동인 줄 모르고,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인 줄 모르고 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해결이 되고 나니 나도 오히려 그 친구들을 보기가 더 편해졌고, 아들도 이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과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도 배우고, 또 더이상 친구들로부터 쓸데없는 관심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그 분은 중국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중의 한 명으로 지혜롭고 현명한 발빠른 대처를 늘 보여주셨던 분이다. 물론 나는 그 친구들의 엄마들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국제학교를 보내면서도 때로는 좁은 한국 사회를 경험하며, 아이들의 문제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엄마가 종종 있다. 아이들의 문제로 인해서 엄마들끼리 눈을 붉히고 싸우기도 하고, 상대를 매장시키려는 의도인지 소문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일을 해결대신 너무 발설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나의 귀에도 각종 사건들이 들려올 때가 있다. 이곳은 소문나기 딱 좋은 곳이고, 아이들도 좁은 곳에서조차 경쟁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곳인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국제학교는 일처리에 있어서 신속하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해결을 하는 모습들이 꽤 많이 보인다. 아이한테도 독립성을 강조하고, 주변을 의식하기보다 불필요한 감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걸 나 역시 많이 배웠던 곳이다.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해외에서도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 그냥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잘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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