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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ul 15. 2024

명언(名言)의 실천

명언(名言)의 실천     

 1960년대 전후에 태어난 사람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풍족하고 편리하게 살았다고 자부(自負)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자체가 가난했기 때문에 밥 굶지 않고 헐벗지 않으면 별 원망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龍) 난다.’ 속담을 믿음으로 개인의 노력을 바탕으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입신출세(立身出世)의 목표를 달성한 세대이기도 하다. 성공의 잣대가 부자였고 부자의 기준이 비싼 주택이나 자동차 배기량, 호의호식(好衣好食)과 돈 씀씀이다. 청소년 시기 공부 열심히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에 진학이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전문직으로 진출하거나 연봉이 많고 복지가 좋은 직장에 입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좋은 직업도 사회봉사나 자아실현이 아닌 연봉이 많은 것이 잣대이다.      

 아파도 병원에 갈 일이 없던 대학 시절 친구 따라 병원에 갔는데 입구에 ‘네 시작은 미흡하나 끝은 창대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에 감동했던 그것보다 더 감동이 와닿았다. 물론 가난하기 그지없던 대학 시절이라 희망의 끈이 되어준 구절이기에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그 명언이 가슴 깊숙이 남아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아니지만 나름 착실한 노력으로 남에게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삶의 영역을 구축하였기에 내 마음속에 간직한 성경 구절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시작은 미흡하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이고 삶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 창대(昌大)는 아닐지라도 결과물을 남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여 명예로운 삶을 강조하는 속담도 있지만, 어느 가정의 아버지로 어느 집단의 일원으로 나름대로 족적(足跡)을 남기려고 인내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신체적 요인은 크게 창대해졌고, 산업사회의 발전으로 경제 성장에 따라 생겨나는 부의 축척은 1960년대보다 2020년대가 크게 성장하여 상대적 빈곤감은 있어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적어도 두 가지 차원에서는 처음 미흡하게 시작하였지만, 끝은 창대함의 달성을 이루었다고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다.      

 사람의 품격(品格)에 대해 알아보자. 어느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지만, 우리 조상들의 기준으로 보면 하지하(下之下)에 해당하는 사람이 생각이 짧고 언행이 거칠고 욕심에 따라 사는 사람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배움이 적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 경제력과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이 정상적인 삶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지적하는 것 같다. 하(下)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재물과 지위에 의존하여 살면서 남에게 베풀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고, 중(中)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여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중상(中上)은 자신의 복에 만족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며, 상(上)은 덕(德)과 정(情)을 지니고 지혜롭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상지상(上之上)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남 탓하지 않고 천명(天命)이라 여기며 겸허(謙虛)하게 사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도교 사상에 근거하여 평가한 내용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냐고 반문하면 현대 정보 융합 사회에서 합당하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두고 공동체 생활에 덕목이 반영된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합리적 근거는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순(耳順)이 훌쩍 지나고 주변 친구나 지인들의 삶을 살펴보면 참 다양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업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하여 유치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은 친구와 중소 도시에서 잘 사는 아버지 덕에 중학교 시절부터 대구로 유학하여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50세 전후로 퇴직하여 모든 재산 다 탕진하고 지금은 막노동과 대리운전을 한다. 금수저로 시작은 창대하나 끝이 미흡함으로 끝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린 시절 총명하여 나름 미래가 풍족하게 살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우유부단하여 현실 문제 해결에 결정력이 부족하여 모든 삶에 안분지족(安分知足)으로 일관하다가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아파트 24평 마련하고 중형차 1대 마련을 끝으로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업으로 먹고 살기 빠듯한 친구도 보인다. 밖으로 표시는 나지 않았지만, 재산이 탄탄하여 어렵지 않은 어린 시절과 타고난 머리로 좋은 대학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가서 임원까지 하고 퇴사하여 나름 재산도 많이 모았고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하여 어려움 없이 잘 지내는 친구도 있고, 평범하지만 노력형으로 취업을 하지 않고 자영업으로 시작하여 나름 먹고 사는 문제 없이 기반을 잡은 친구도 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곧 퇴사하고 사업가로 나섰지만, 하는 일마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특한 머리로 미래의 일거리를 준비하여 힘들게 살지 않는 친구도 있다. 까까머리 학생 때는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45년 각자 삶을 열심히 살았다. 결과는 참 다양하다.      

 나를 한 번 생각해 본다. 산촌에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부모님 밑에 4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결핍은 아닌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를 대구로 진학하여 결핍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대학 시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궁핍했지만 나름 원만한 인간관계로 젊음의 자유와 낭만을 즐기며 남 부럽지 않게 추억을 만들었다. 산업사회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여 진로를 실용 학문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순수 인문학에 몰입하다 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겨우 시골 사립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취업했다.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에 비하여 금수저라 할 수 있지만, 비슷한 사람의 집단에서는 시작이 매우 초라했다. 결혼도 부모 도움 없이 하려니 작은 셋방부터 출발하였는데 주변 동료나 친구들과 비교하면 참 초라했다.     

 가정생활이든 직장 생활이든 인간관계든 진정성, 성실, 근면, 검소, 인내, 화목을 바탕으로 살았다. 봉급은 친구에 비해 적었지만 검소하게 살면서 저축하여 남들보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파트를 장만했고 아이들이 공부할 때 많은 과외비는 지출하지 못했지만, 상위권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했다. 남을 따라가는 교육이 아니라 미래를 보며 인간이 성장하는 교육에 많이 투자했다. 아이들이 60대 이상이 되면 결과가 도출되리라. 직장 생활은 승급이나 좋은 보직을 받기보다는 오직 학생을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졸업 30년이 넘은 제자들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 기(氣)를 살려주었고 평소에도 애정을 표시한다. 재학생도 애정 표현을 많이 해 주어서 정년퇴임까지 교단에서 수업할 수 있어 너무 좋다.      

 퇴직 후 삶에 관심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쓸쓸하고 외로운 삶은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첫째 경제적으로 빈곤은 피해야 하고, 건강한 신체를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한 정신을 위해 취미생활과 글쓰기 책 읽기도 한다. 좋은 친구 관계를 죽을 때까지 지속하고 싶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은 멀리하고 서로 칭찬하는 사람은 가까이서 지내려고 한다.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늙어서 가까이 두면 삶이 피폐해진다고 믿는다. 평생 습관을 충고 한마디로 고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평소 주말에 아내와 함께 가꾸어온 정원이 있다. 소득이 있는 노동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놀이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정원에 가서 꽃을 보면 하루 종일 있어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은 초라해도 40년이 지난 지금 노후의 먹거리, 놀거리, 소일거리 인간관계의 다복함을 일구고 정직하게 겸허하게 살면 끝이 창대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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