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부쿠마 Dec 19. 2023

4. 느리게 성장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다르다

어릴 때부터 항상 내 속에 자리 잡았던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난 왜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잘 못하지?"


실제로 20대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 못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하고 싶어 하면서도 생각이 느렸고 행동력도 받침이 안돼 주변 사람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기 일쑤였다.


지금에 와서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누구보다 어떤 업무가 되었건 자신 있고 생각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판단과 행동에 서슴이 없다.


이를 가능하게 해 준 건 순전히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도 난 신체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느리게 성장했다. 그렇다고 아직 전부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살아갈 인생이 길다 느끼므로 더욱 성장할 기회가 있다 생각한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런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일전에 언급한 팀장 밑에서 함께 고생하며 지금까지도 업무와 친분에 있어서 친형으로 생각하는 지인이 있다.


이 사람은 나와는 반대로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몇 달 걸려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을 불과 한 달 만에 해내는가 하면 최단시간에 모든 사람의 신임을 얻음과 동시에 당시 대표자가 눈독을 들여 최측근으로 두고 싶어 할 정도였다. 업무적 실력과 인망을 두루 겸비한 이 사람이 내게는 커다란 산과 같은 사람이었고, 그 당시 유일하게 내 목소리를 들어준 사람이었다. 이 사람을 J형이라고 언급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팀장의 돈 욕심과 자신의 입지를 걱정한 탓에 결국 우리는 함께 그를 떠나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실망스러운 모습도 서로 보고 욕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으나 이 사람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나 자신도 성장하게 되었다.


애초에 내가 가진 재능은 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이건 그릴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에 기인할 수 있다. 어떤 경험이건 그 경험에서 배움을 잊지 않고 한번 배운 것은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차차 쌓아가는 것이리라.


과거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면서 을지로에서는 이름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나갔다는 평가를 아버지의 주변 지인분들께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재능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떤 일이 되더라도 승승장구할 사람이라 생각했었지만 전혀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조급했던 나였지만 그 조급함과 실패, 그리고 일부의 성공한 기억이 더해져 지금의 내가 완성이 되었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주변의 평가가 좋았으며 후배들에게는 과거 내가 선망했던 J형을 바라보는 과거의 내 눈빛들이 모여있었다.


이 재능을 알게 된 시점은 빚에 허덕이면서도 주변의 진심 어린 충고와 걱정을 내 고집으로 묵살시켜 오다가 더 이상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삶을 살아갈 힘조차 못 낼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면서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는 마음가짐에서부터였다.


이제야 제대로 언급하지만 전 팀장을 만난 시점으로부터 대략 8년간 부동산 영업을 하였는데 인생의 경험치가 부족한 내가 하기에는 재능이 없던 시기였으리라. 나보다 어린 사람, 늦게 시작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모두 나보다 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당당히 꽃을 피우는 시기가 오리라 생각하며 그간 내가 손해 본 시간과 돈을 메꾸겠다는 일념하에 고집을 부렸다.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실적이 없으면 소득이 없는 영업이 아닌 틀에 박혀있다 생각한 분양대행사에서 기획직부터 시작을 하였는데, 영업을 그만두고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나보다 어렸던 차장님의 도움 덕분에 업무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8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은 영업을 하면서 배운 지식 덕분에 비록 늦은 나이에 재도전을 한 경우라고는 하나 단시간에 빠른 습득을 하였고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함께 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


J형과 언젠가 만나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난 네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근데 나를 갑자기 떠나겠다고 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더니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주고 우스갯소리로 한 마리 짐승 같았던 네가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한 마리 짐승 같다는 이야기는 나 스스로도 공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는 것 없이 늘 빈곤하고 힘들다 보니 항시 예민했고 눈빛도 짐승의 것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한때 같이 영업을 하던 후배들에게 나와 같은 느낌이 난다 싶으면 내가 일하던 곳으로 불렀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저는 형처럼 뭔가 빨리 알아낼 수 없어요. 형은 정말 대단해요."

전 직장후배가 나에게 한 말이다.

"너도 나와 같은 시간을 썼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거야. 난 네 나이에 지금의 너보다 못난 사람이었어."

항상 나는 모든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해준다.


무릇 사람의 전성기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직 전성기가 다가오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 어디선가 성공한 CEO들의 나이를 열거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성공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물론 이른 나이에 성공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성공의 때를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반드시 성공의 순간을 맞이하리라 본다.

이전 04화 3. 무지한 빚은 사람을 갉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