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에 맞는 무게
나는 아직 빚을 갚고 있다.
그리고 모든 빚은 내 선택에 의해 쌓였으니 누굴 탓할 것도 없다.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재수를 도전했다가 실패한 후 다시 복학을 했을 때 처음 학자금 대출을 받고 빚은 시작되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업과 학교생활에 전념하여 졸업할 때까지 과수석을 놓친 적이 없었고 그 장학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을 심산이었지만 과거 집을 나가 결국 아버지와는 이혼을 한 어머니의 장학금은 맡아줄 테니 대출을 추가로 받자는 이야기를 결국은 부모님이기에 거절하지 못해 들어주었던 내 선택을 후회할 뿐 그 빚에 있어 어머니를 탓하진 않는다.
오죽했으랴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본인 배 아파 낳은 자식의 노력을 가져가면서도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빚과의 싸움을 하게 할 것이라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지금은 사이가 나쁘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만 한때 원망도 했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모든 건 내가 어떤 설득이 있더라도 결국 판단과 선택은 스스로 결정한 것임에 변함이 없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짓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줄 거라 믿었으나 그렇지도 않았다.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분명 상황이 나아지리라 생각했었다. 믿음은 항상 배신당했고 결국 돈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무렵 그나마도 수렁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자신을 심연의 깊숙한 곳까지 떨어뜨리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큰 성장과 성공을 거두고 싶은 욕심과 고집이 불러왔다고 판단한다. 일찍이 큰 성공을 거두고 안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쫒다 보니 그 당시 꾸준하고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웃었으며, 어찌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고 나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쉽게 이용당하게 되었다. 그 모든 행위의 결말은 감당할 수 없는 빚이었고 이 빚을 착실히 끝내기보다는 한방을 노려 끝내려고 재능도 없는 일을 무려 꾸준하게 8년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람은 재능이 있는 사람을 웃돌 수 있다고 했지만 돈이 걸리는 순간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극한의 노력으로 재능을 뛰어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그리고 노력도 재능이다.
학자금 대출로 빚이 있던 상황에 실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서 당시 팀장이 나에게 이렇게 얘기를 했었다.
"야 네가 왜 실적이 안 나오는지 알아? 그건 간절함이 없어서야. 옆팀 팀장이 나보다 훨씬 어리고 게다가 후배다? 근데 왜 쟤는 금방 팀장이 됐는 줄 알아? 간절했기 때문이야. 그 간절함을 만들기 위해 뭘 했는지 알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대출을 받아서 그걸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어. 너도 그렇게 해봐라. 충분히 저 팀장 그 이상으로 실력이 향상될 거야."
이 사람의 말을 듣고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도 고생을 하고 있는 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저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저 사람은 자신의 팀원으로 그만두지 않는 '돈에 목마른 열심히 일할 직원'을 만들고 싶어서 감히 해서는 안될 남에게 피해줄 행동을 서슴없이 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에게 저런 행동을 서슴없이 한 데에는 자신의 사람이 갖고 싶었기에 그렇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람 욕심을 떠나 돈 욕심으로 인해 나는 저 사람을 떠났고, 대출을 떠나 내가 온전히 받았어야 할 수익을 중간에서 편취한 극악무도한 인간이다. 실제로 당시 대략 내가 받았어야 할 2천만원에 대한 금액을 편취해 갔다.
그와 함께한 1년 넘는 시간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건강보험료 마저 미납하게 되어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빚을 아직도 갚아나가고 있지만 이제 절반의 빚을 탕감하여 살짝 숨을 쉬고는 있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청년대출비율이 높아져 빚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대출을 받으면 앞으로 힘들다 대출은 안 받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힘든지 왜 힘든지에 대해서 그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통쾌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대출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택을 장만할 때, 사업을 하면서 운영비를 마련할 때, 갑자기 급전이 필요할 때 등 급히 필요한 순간들은 반드시 있다. 이러한 순간에 대출은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 수 있고, 그 사람을 숨 쉴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현재의 경제력과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 그리고 명확한 쓰임새가 완전할 때가 아닌 대출은 내가 지나온 길처럼 사람을 심연 속으로 깊숙이 끌고 가다 못해 짐승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