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콩을 꺾어 단을 짓고 밭에서 며칠 말립니다. 그런 다음 콩털기 편한 마당으로 옮겨와 콩 가리를 만들어 꼬투리가 스스로 벌어질 때 까지 말립니다. 움막집처럼 생겨서인지 가끔 길냥이들도 들락거리고, 지나가던 바람도 둘러보고 갑니다.
완전히 꼬투리가 마르면 콩을 텁니다. 지금이야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도리깨로 두들려 콩을 털었습니다. 콩이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지만 도리깨질에 어디로 튈 지 알수가 없습니다. 천막 바깥으로 도망간 콩들에게 수배를 내리지만 봄되면 뜬금없이 마당 가 텃밭에서 콩싹이 올라옵니다. 콩싹을 보면 저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봄은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