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고 푸른 동해 바다를 좋아하지만 뻘 섞인 우충충한 서해 바다를 개인적으로 더 좋아합니다. 서해 바다는 만날 때 마다 넉넉한 자신을 내어줍니다. 바지락이며 동죽,마당조개, 모시조개, 백합조개, 맛조개.... 아주 가끔 찾아오는 해삼이며 박하지는 행복입니다. 그런 서해 바다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부근 바다에 가면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바지락 양식장을 만납니다. 바지락을 캐서 씻거나 작업을 하기 위해 시멘트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 바닥에 뿌리를 내린 말미잘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은 탁하고 부유물이 떠다니지만 말미잘의 자태는 선명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말미잘을 오래 처다보니 천수관음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잔망거리는 파도에도 하늘하늘 춤을 추는 말미잘의 수많은 촉수들이 중생 구제를 발원하는 천수관음의 손놀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처다보니 마치 제 몸에서도 천수가 춤을 추는 환영을 보았습니다. 무엇이든 너무 오래 바라보면 착각과 착시가 오니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가는 이유와 터가 있습니다. 그 이유와 터를 존중하다보면 공생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됩니다. 바다는 아름다운 기다림이 손짓하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