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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매 Oct 08. 2024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아내는 파프리카를 좋아합니다. 과일 먹듯 수시로 먹습니다. 유난히 주황색 파프리카를 더 좋아합니다. 다른 색의 파프리카보다 달고 맛있다고 합니다. 저는 생 파프리카를 먹지 않습니다. 피자나 카레 등 익힌 상태의 것만 먹습니다. 그냥 파프리카의 향이 싫습니다. 오이맛 고추나 맵지 않은 풋고추는 먹습니다.

  시골 학교에 있을 때 시설관리하시는 분이 아주 작은 풋고추 하나를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먹었는데 얼마나 매웠던지 딸꾹질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딸꾹질이 3일이나 멈추지 않았고,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면서 호흡 곤란도 왔습니다. 다행히 약을 먹으면서 증상은 완화되었지만 그 이후로 매운 생고추는 안먹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고추는 베트남 고추라고 하였습니다. 

  아내의 간식 준비를 위해 파프리카를 반으로 잘랐는데 그 안에서 어미를 복제한 듯한 애기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형태는 어미를 닮았지만 햇빛을 보지 못하여 연녹색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생존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기특하게도 씨앗이 발아되어 자라고 있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유전자가 복제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합니다. 식물의 세계나 동물의 세계 모두 유전 형질의 복제야말로 중요한 과제이자 숙원이겠지요. 본능이 만든 종족 보전의 숙명을 경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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