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성에 빠집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빠져 든 감성의 세계에서 가을은 늘 한 시절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그리움이 잔 파도처럼 밀려 오기도 하고, 그리워하지 않아도 그리움이 켜켜이 쌓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는 가을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물들어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 속에 물들어갔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있는민둥산은 지금 참억새가 한창입니다. 참억새가 활짝 핀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을과 동화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민둥산 정상부에는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만들어진 돌리네 호수를 만납니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아주 민망하지만 민둥산의 참억새와 가을 하늘을 담고 있어 감히 산정호수라고 부릅니다. 민둥산을 오르면서 가을은 그리움이 쌓여 만든 계절임을 느낍니다. 굳이 오라고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민둥산을 오릅니다. 굳이 목적이 없어도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그 산은 그리움이 됩니다. 그 그리움의 끝에 그리움을 아는 당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가을에는 가을이 되어보는 것도 그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