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 쫄딱 망했다
애를 무릎에 앉히고 운전을 했다
철부지 애가 애를 태우며
구멍가게와 슈퍼에 배달을 하며
물건을 팔았다
거래처 사장님들은
서너 살 애에게
알사탕과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쥐어주며 물었다
누구니?
처음이며 첫 번째
둘 없이도 하나인 내 딸
말없이도 말을 하는
내가 말했다
날은 어둡고
손발이 새까맸다
애도 그랬고 나도 그래서
손톱 아래
깜깜한 고갯길을 함께 굴러가다가
덜 익은 단감 열매처럼 떨어졌다
앞만 보고 가는데도
어쩔 수가 없는
얼얼하고 억울한 일
어떡하든 벗어나려 일어서려는데
어디서 들어오는 물꼬인지가
자꾸 차올라
할 수 없는 나는 너를 안고 울었다
그제서야 보였다
아주 높으면서도 낮게 머무르는 하늘
이미 내게 와 있는 위로와 평온
세월에 빗질 지난 뒤
날은 가벼워지고 환해져
이젠
애가 나를 묻는다
아주 멀리 떠나고 싶지 않았느냐고
애가 탔었네
삶은 가도 가도 멀어져 가
멀어져도 먼데가 없는
제자리걸음이더군
허나
어데라도 이만하면 살만 했을 것이다
둘 없이도 하나
처음이자 첫 번째
애로 인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