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평생을 아침밥을 먹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는 엄마의 정성으로 학창 시절은 물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아침을 거른 적이 없다. 아침을 먹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다르게 보였던 때도 있었다.
내가 직접 나의 아침을 챙기는 때가 오니 아침을 먹는 게 쉽지 않았다. 아침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아침을 못 먹는 것이었다.
첫 두 달 정도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출근 준비하고 새로운 길로 출근하면서 출근길에 시간을 썼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까, 왠지 요즘 세대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들 아침은 안 먹으니까 나도 약간 트렌디한 느낌?
출근 후부터 배가 너무 고팠다. 점심시간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대신 점심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시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아침을 찾았다. 그릭 요거트.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놓고 과일이랑 먹는다. 불을 쓸 일도 없고 설거지도 없고 건강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 그릭요거트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그릭요거트로는 배가 완전히 차지 않는다.
전자레인지 2분이면 끝나는 CJ의 아이템. 솥반을 먹기로 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흰쌀밥이 아니라 반찬이 따로 필요가 없다. 하나씩 그때마다 골라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쟁여놓았다. 솥반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 맛이 그 맛이다. 조금씩 물리기 시작했다.
채소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 되었다. 쌈밥이면 반찬도 크게 필요 없다. 드디어 전기밥솥을 사용했다. 현미밥과 귀리밥으로. 전날 밤에 쌀을 씻어서 불려놓고, 아침 시간에 맞춰 예약을 걸었다. 밥을 시작한다는 쿠쿠의 멘트가 기상 알람이 되었다. 갓 지은 밥과 엄마가 보내주신 쌈 채소들과 멸치볶음 끝. 쌈밥으로 야무지게 아침밥을 먹는 든든한 하루가 되었다. 문제는 전기밥솥에 밥이 남는다. 양 조절이 힘들었다.
계란찜기가 도착했다. 하루에 한 개씩만 삶을 수 있는 1구 계란 찜기. 양 조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눈 뜨면 계란찜기에 전원을 켜면 알아서 계란은 삶아지고, 야채를 더한다. 거기에 필수는 오리엔탈 드레싱 소스. 독립 후 나를 키워준 9할은 오리엔탈 소스가 아닐까. 준비할 것 도 없고, 설거지도 쉽게 끝나고. 계란이 하나여서 배가 고플 때가 있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오트밀을 구입했다. 두유와 함께 전자레인지에 1~2분을 돌리면 근사한 오트밀 죽이 된다. 담백한 맛을 좋아해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좋다. 아침마다 삶는 계란을 하나 더하면 든든한 아침밥이 된다. 가끔 오트밀죽에 엄마가 보내주신 고추다짐장을 곁들이면 완벽한 아침밥이 된다.
오늘은 그릭요거트를 다시 먹기 위해 플레인 요거트를 주문한다. 여기에 또 어떤 것이 추가되고 바뀔지. 나의 아침밥은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