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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Jun 22. 2024

열리지 않는 너에게 오늘도 나는 배운다

설 연휴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온 가족이 모일 때면 서로 나눌 것을 싸가지고 온다. 차를 가지고 오면 트렁크에 바로 실어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언니는 책, 간식거리, 화장품, 심지어 볼펜까지 이것저것을 챙겨 왔다. 내가 살 수 있는 것인데도, 무조건 다 주고 보는 것 같다.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이렇게 함께 모이는 날은 물물교환의 날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받은 화장품 중 하나. 유리병에 꽉 찬 한 손으로 들기에는 살짝 버거운 바디 스크럽을 받았다. 처음 보는 제품이라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선물 가방에 넣어뒀다. 집에 돌아가면 써봐야지 하고. 연휴가 끝이 나고 이런저런 짐들을 정리한다. 바디 스크럽은 화장실 수납함에 고이 넣어두었다. 


몇 달이 지나서 바디 스크럽을 써야지 하고 꺼냈다. 양손으로 고이 들고. 뚜껑을 돌린다. 뚜껑이 돌아가지 않고 내가 돌아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약하지는 않은데... 수건으로 뚜껑을 감싼다. 안된다. 고무장갑을 껴본다. 손목이 돌아갈 것 같다. 아... 집에 있을 때 아빠한테 열어달라고 할걸...


독립하고 나니 아무리 용을 써도 혼자서 되지 않는 게 있다. 가끔은 혼자서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있다. 고작 화장품 뚜껑하나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화장품 하나 내가 열지 못하면, 전구가 나갔을 때는.. 지난번 바.. 선.. 생 사건도 있었고... 자꾸 노후를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혼자서도 잘 하지만, 혼자서는 못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디 스크럽을 옆에 두고도 만날 수가 없다니... 혼자서 뭐든지 할 거라며 자신만만했던 나의 철없던 생각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다.





+오늘 제품을 검색해 보니 가격이 5만 원~6만 원이라니

반드시 열어야겠다는 오기 발동!! 

뚜껑 열러 본가에 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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