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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Jun 29. 2024

일 년에 열두 번 보는 사이가 되다

처음 독립하고 퇴근길에 매일 집에 들렀다. 저녁을 먹는다는 이유도 있고, 엄마가 자꾸 뭘 가져가라고 했다. 무엇보다 집에 들렀다 오면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퇴근길은 본가였다. 


몇 달이 지나니까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되겠다 싶기도 했다. 본가에서 독립한 집으로 가는 길은 늘 막혀서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의 공간이 더 편해졌다. 본가 대신 자연스럽게 독립한 집으로 퇴근했다.


대신 주말에 갈게라는 말을 하지만 주말에는 주말의 일정이 있다. 주말에 들르는 일도 큰 맘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본가에 가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이면 일 년에 열두 번. 부모님을 보는 횟수가 일 년에 열두 번.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가끔씩 보아야 애틋한 마음이 더 커져서 서로를 더 소중하게 느낀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가끔 보게 되니까 애틋함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볼 때마다 이것저것 더 챙기게 된다.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할 법한 상황에도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아빠의 그날그날의 모습들을 보며 챙겨드리던 마음이, 보지 못하고 말씀하지 않으시니 다 괜찮으신가 봐라는 생각으로 무심해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두 분이서 서로를 더 챙기시라고 말을 한다. 애틋함은 커지지만 때로는 무심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엄마아빠와 나는 애틋함과 무심함을 키우는 일 년에 열두 번 보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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