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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公正)

by 이대발

밤늦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기 시작한다. "저 이번 승진에서 떨어졌어요.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안되었어요. 미안합니다"


약간 당황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어설픈 위로 보다는 더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참을 더 울먹이며 후배는 하소연을 계속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은 자네 마음을 알 것 같아. 알고 말고. 많이 아프고 힘들지.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해" 겨우 이 말을 건넸을 뿐이다.


많은 조직들이 연말이 되면 인사이동으로 어수선하다. 누가 뭐래도 승진만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있을까? 승진을 한 사람은 기쁘지만 승진에 낙오된 사람은 불공정(不公正)을 떠올리며 슬프기 그지없다.


누구나 승진에, 자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승진, 그 까짓게 뭐라고? 너무 연연치 말자 하면서도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마음과 다르게 된다. 그때 기분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승진(昇進)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직급이 올라가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받고 보상받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과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아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부 CEO들 이야기겠지만 인사를 마치 전리품 나누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사는 공정(公正) 해야 한다. 인재를 두루두루 잘 써야 조직도, 사회도 건강하게 발전해 간다. 옛말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잘 등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이다.


승진, 좋은 인사는 내편, 네 편의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成果)와 평가(評價), 보상(報償)이 잘 작동되는 시스템으로 공정(公正)하고 투명(透明)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도 학연이나 지연 등에 의지하여 열매를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일과 관계에서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선후배들에게도 오랫동안 훌륭한 동료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 제갈량의 법치에는 "상줄 때 자신과 먼 사람을 빠뜨리지 않고, 벌줄 때 가까운 사람을 봐주지 않고, 공이 없는 사람에게 직위를 주지 않고, 권세가 있다는 이유로 형벌에서 빼주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채용부터 승진, 이동을 포함한 인재 Tool과 인사가 공정(公正)한 시스템으로 작동된다면 구성원들은 신뢰와 자긍심, 애사심을 갖게 되고, 행복감도 높아진다.


아울러, 미래를 내다보며 조직과 사회의 지속발전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러면 생산성과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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