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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by 이대발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정훈희 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요즘은 집과 밖에서도 라디오를 자주 듣는다. 라디오는 다양한 사연과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준다. 마음이 넉넉해지고 잠시나마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라디오가 마을에 한 두대 밖에 없었다. 부잣집에만 있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어릴 적에는 라디오에서 사람이 나오는 줄 알았다. 소리가 나는 스피커를 쳐다보며 말을 걸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웃음이 나온다.


사춘기 시절에는 좋아하는 팝송이나 노래가 나오면 밤을 새우며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했다. 노래 제목과 날짜를 적어 테이프를 이쁘게도 꾸몄다.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나만의 소장용으로 모으기도 했다. 그 시절의 추억들이 그립고 아련하다.


오늘도 차 한잔과 함께 라디오를 켠다. DJ의 정겨운 목소리와 노래가 흘러나온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구수한 목소리다. 노래 선곡도 그 시절의 감성을 떠오르게 한다.


"손잡고 해변을 단둘이 거닐며 파도소리 들으며 사랑을 약속했던..."


라디오는 언제나 가까이에서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건네준다. 일상 큰 기쁨이자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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