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가계부 실전후기#워런버핏#S&P500#미국주식#장기투자#달러투자
분류기호: 327.85 (경제학 - 증권투자, 주식투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가 지금 10억 원 규모의 금융 자산을 일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아빠가 씨티은행과 거래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의 대표 글로벌 은행이었던 씨티은행(지금은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접었지만요)의 주요 투자 상품은 달러로 운용하는 해외 펀드였습니다. 그래서 유산 1억 5천만 원을 물려받아 처음 가입했던 펀드 역시 자연스럽게 달러로 굴러가게 되었죠.
콧방귀를 뀌었던 그 조언이 정답이었습니다
저의 첫 담당 PB가 핏대를 세워가며 "무조건 달러 펀드를 하셔야 한다"라고 열변을 토할 때, 솔직히 저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흥, 환전 수수료 떼어먹으려고 저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당시 환율은 1,100~1,200원대였습니다. 유산의 거의 대부분이 달러로 바뀌어 투자되었지만, 그때의 저는 생돈(환전 수수료)을 내면서까지 굳이 남의 나라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의아하고 못마땅할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경제서를 읽다 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산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기축통화인 달러로 보유하라."
지금의 저에게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기축통화'라는 단어조차 처음 들어봤습니다. 신기한 건, 그 단어를 알고 나니 TV 뉴스와 신문 기사에서 그 말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 봅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빠와 그 첫 번째 PB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참고로, 2025년 생애 첫 내 집을 매수하면서 당시 가입했던 달러 보험을 해지했는데, 환율이 1,480원대였습니다. 환차익만 해도 엄청났죠.
워런 버핏의 아내가 되기로 했습니다
수수료 장사에 혈안이 된 은행 VIP 룸과 완전히 결별한 후, 제가 유일하게 믿고 따를 분은 오직 한 명, '워런 버핏' 님뿐이었습니다.
버핏 님에 관한 자료를 미친 듯이 파고들다가, 아주 흥미로운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버핏 님이 훗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아내를 위해, 재산 운용 방식을 구체적인 지침으로 명시해 둔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이었습니다.
"유산으로 남긴 현금의 10%는 단기 국채에, 나머지 90%는 수수료가 매우 저렴한 S&P 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
이 문장을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금융 지식이 없는 버핏 님의 아내분이나 나나 다를 게 없잖아? 그럼 나도 버핏 님의 아내가 되었다 치고 똑같이 하면 되겠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S&P 500 지수에 투자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버핏 님은 S&P 500 ETF를 직접 추천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주식처럼 너무 쉽고 빠르게 사고팔 수 있어서 '장기 투자'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믿었습니다. 흔들리는 심리를 통제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 투자의 가장 강력한 대원칙, '투자는 무조건 여유 자금으로만 한다'는 룰을 확고하게 세워두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빠가 남겨주신 1억 5천만 원, 오직 이 돈으로만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남편과 제가 피땀 흘려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두었던 종잣돈은 단 1원도 투자에 끌어들이지 않았습니다.
변동성을 견디는 힘
언젠가 일요일 밤에 TV를 켰다가 래퍼 딘딘 님이 진행하는 경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을 때라서 게스트로 나온 경제 크리에이터 '소수몽키' 님을 보고 속으로 '무슨 이름이 저따위야' 하며 웃었는데, 딘딘 님이 물었습니다.
"주식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소수몽키 님의 대답은 맥 빠질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종목이 아니라 '변동성을 견디는 힘'입니다."
딘딘 님은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그냥 오를 만한 종목 하나만 딱 찍어주세요!"라고 하셨죠.
참으로 뻔한 대답 같지만,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 머물며 제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최고의 진리가 바로 저 문장입니다.
변동성을 견디는 힘. 그 힘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최소 10년 동안은 안 찾아 써도 되는, 내 삶을 위협하지 않는 돈'에서 나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우상향해 왔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우상향 그래프도, 돋보기를 들이대면 미친 듯이 널뛰는 롤러코스터입니다.
'지구 종말 전까지는 우상향 할 테니 무조건 믿고 묻어 둬라?'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필이면 내가 이사를 해야 하는 날, 아이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날에 반토막 폭락장이 올 수도 있는 것이 주식 시장입니다.
대출금이나 단기 목적 자금으로 투자를 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집과 투자, 완벽하게 분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자금을 완벽하게 분리했습니다.
'집을 살 돈은 안전한 예적금으로, 노후를 위한 자금은 투자로.'
저는 책으로, 남편은 유튜브로 각자의 방식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확실히 남편의 이해력은 저보다 월등했고, 유튜브로 얻는 정보는 책 보다 막강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됐다!' 하고 마음을 놓았죠.
그렇게 저희의 달러 자산은 묵묵히 버핏 님의 지침을 따라 S&P 500 ETF 위에서 조용히 몸집을 불려 나갔습니다.
2020년,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