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가계부 실전후기 #은평구#95학번 #내집마련기초반 #생애첫임장
분류기호: 327.87 (부동산 투자) / 597.1 (주택의 선택 및 구입)
저는 은평구 불광동에서 태어나 13살 때 은평구 대조동으로 이사를 갔고, 27살에 결혼하여 은평구 신사동에서 8년, 은평구 응암동에서 15년을 살았습니다.
은평구에서만 무려 50년.
은평구는 다정한 곳이지만, 저는 '내 집 마련'만큼은 은평구에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오직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내 집을 사서 떠나리라!"
전세금을 올려줄 때마다, 집 보러 오는 낯선 사람들을 맞이할 때마다 저는 늘 이 다짐을 곱씹으며 살았습니다.
정부가 내 꿈의 도시를 만들어준다고?
그러던 2019년 5월, 제 가슴을 뛰게 하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지정 소식이었습니다.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공원과 녹지(호수공원, 도시숲)로 조성하고, 판교를 모델로 한 대규모 기업 부지를 유치해 일자리가 있는 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꿈꾸던 도시를 정부가 알아서 새로 만들어주는구나.'
저는 예전부터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는 동네에 사는 것이 로망이었습니다. 전봇대와 어지러운 전깃줄이 없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동네에 살고 싶었죠. 신도시에 도서관이 지어지는 건 따 놓은 당상일 테니 더할 나위 없이 설렜습니다.
게다가 고양 창릉은 친정엄마가 사시는 대조동과도 가깝고, 제가 주로 활동(?)하는 구산동과도 가깝고, 남편 회사가 있는 마곡으로의 출퇴근도 나쁘지 않은 완벽한 입지였습니다.
더 완벽했던 건 '타이밍'이었습니다.
당시 안내된 창릉 신도시 입주 예정일은 2025년. 저희의 응암동 전세 만기일은 2025년 3월 27일이었습니다. 설령 입주가 조금 늦어져 뜨는 기간이 생긴다 해도,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1년 정도의 월세살이는 기쁘게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주택 기간이 무려 20년에 달했기에 청약 당첨을 믿어 의심치 않았죠.
하지만 현실은 제 바람대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토지 보상 절차와 문화재 조사 등으로 착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더니, 급기야 본청약과 입주 예정일이 2027년 전후로 훌쩍 밀려나 버렸습니다. 심지어 예상 분양가는 8억 원을 훌쩍 넘긴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아무리 신도시라지만 서울도 아닌 고양시의 분양가가 8억이라니,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저는 창릉 신도시를 마음속에서 조용히 접어야만 했습니다. 그 아까운 청약통장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한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부동산 문맹의 첫 공부
2024년 1월.
분양(청약)을 포기한 저는 전세 만기에 맞춰 '기축 아파트 매매'로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가계부는 20년 넘게 썼고 주식 투자도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부동산 매매는 제 인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평소 즐겨보던 경제 유튜브 채널 '월급쟁이부자들TV'의 유료 강의 〈내집 마련 기초반〉을 37만 9천 원을 주고 결제했습니다. 내 집이라는 수억 원짜리 쇼핑을 앞두고 치르는 가장 값진 수업료라 생각했죠.
"저는 95학번입니다"
1월 10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과제가 쏟아졌습니다. 예산 계산하고 후보 단지 찾기, 입지 분석하기, 현장 방문하기(임장).
강의보다 더 좋았던 건 바로 '조별 모임'이었습니다. 사는 곳이 가까운 수강생들끼리 단체 톡방이 만들어졌고, 저는 56조에 배정되었습니다.
1월 14일 일요일, 동네 카페에서 56조 조원 6명이 처음 만났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 30대 초중반의 젊은 분들이더군요. 제 옆자리에 앉은 분이 "저는 95년생 OOO입니다"라고 풋풋하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뒤이어 제 차례가 되었죠.
"아... 반갑습니다. 저는 95학번입니다."
며칠 뒤인 1월 18일 목요일 오전, 56조 조원 4명이 모여 응암동과 수색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생애 첫 '임장'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며 장단점을 분석하고, 용기를 내어 수색동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직접 브리핑을 듣기도 했습니다.
평생 전셋집만 구하러 다녔지, '매수자'의 입장이 되어 부동산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뻘쭘해서 절대 하지 못했을 귀한 경험이었죠.
강사님의 경고
강의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자음과모음' 강사님의 조언이었습니다.
은평뉴타운에 직접 살고 있다고 밝힌 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은평뉴타운은 거주하기엔 정말 좋지만, 자산 증식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투자 목적으론 가지 마세요."
그리고 한 곳을 더 덧붙이셨죠.
"고양시의 '삼송 아이파크 2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가 너무 예뻐서 한 번 가면 무조건 반하게 되니, 아예 가지 마세요."
이 유료 강의는 '부동산 문맹'이었던 제 눈을 완벽하게 뜨게 해 주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부동산 사장님과는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완벽히 숙지한 저는 본격적인 '저만의 임장'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때가 되었습니다
2024년 11월 14일, 아들의 대망의 수능 시험이 끝났습니다.
가채점 결과 아들은 수시가 아니더라도 정시로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훌륭한 성적을 받아왔습니다. 재수 걱정이라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
23년 전세 난민의 한을 풀어줄, 저의 '진짜 집' 을 찾아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