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소다 브레드
스물아홉의 어느 날 밤, 집을 나왔다.
계획된 출가나 독립의 형태가 아니었다. 당장 내일 입을 옷가지를 집어 들고 그냥 나왔다. 작업실로 가 쪽잠을 잤다. 다음날 호텔을 잡아 신나게 파티를 하고, 그렇게 열흘 정도를 지내면서 집을 알아보았다. 처음으로 혼자 사는 내 공간. 쉽게 구해질 일 만무했다. 오피스텔을 단기로 얻고, 그동안 찬찬히 집을 구했다. 본가와 너무 떨어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으로.
그렇게 구한 연립주택 꼭대기 층의 그 집은 옥탑방 같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형태의 기묘한 공간이었다. 그 집엔 쌀은 없어도 밀가루는 쌓여 있었고, 밑반찬은 없었어도 견과류나 버터, 유기농 원당은 늘 쌓여있었다. 냉장고, 세탁기 다음으로 구입한 가전은 오븐이었다. 그 당시 구할 수 있었던 최고로 큰 사이즈, 보급형으로 나온 가장 저렴한 오븐. 오븐으로 수많은 요리를 하고 베이킹을 했다.
애초에 내가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게 되었다. 나의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솥밥을 짓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들을 만들어 가족들을 먹이던 그것처럼은 아니더라도, 오븐에서 빵을 굽고 쿠키를 구워댔다. 그때부터였다. 나의 베이킹의 시작.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어려운 발효빵은 꿈도 꾸지 않았고,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를 이용한 머핀이나 쿠키부터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과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설탕과 버터가 쓰이는지. 그렇게 제빵의 세계로 입문하였다. 최소한의 설탕을 쓸 수 있는.
그때만 해도 인터넷에 레시피가 많던 시절이 아니었고, 베이킹 책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야후나 구글에서 외국 베이킹 레시피들을 구해 홈베이킹을 했다. 그렇게 제일 처음으로 괜찮게 나온 빵이 이 소다 브레드였다. 아일랜드의 쌀밥과도 같은 이 빵은 기본적인 재료와 적당한 노동으로도 괜찮은 결과가 나왔고, 수많은 소다 브레드의 레시피를 경험하고 맛본 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수백 번도 더 구웠을 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나의 ex 중 한 명은 '혹시 너랑 헤어지고 나면 이 빵이 제일 생각날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와 헤어지고 5년 넘게 나는 이 빵을 굽지 않았다.
시간을 좀 더 들여야 하는 발효빵을 굽지 못하는 날, 빠르게, 하지만 맛있고 따뜻한 갓 구운 빵을 원할 때 이제는 편하게 굽는 걸 보니, 그 아픔에서도 휘이 벗어났나 보다.
재료: 유기농 우리밀 300g, 유기농 우리밀 통밀 160g, 베이킹파우더 5g, 베이킹소다 5g, 소금 한 꼬집, 유기농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 18g, 호두 90g, 체다치즈 220g, 난각번호 1번 달걀 2개, 버터밀크(or 기묘한 치즈나 그릭요거트를 만들고 얻어낸 유청) 280g
+ 버터밀크 만들기 : 우유 280g + 레몬즙/식초 20g mix
- 달걀과 버터밀크는 미리 실온에서 준비한다.
1. 버터밀크 미리 준비하고, 오븐은 180도로 예열한다.
2. 호두는 오븐이나 마른 프라이팬에 덖은 후 식힌다.
3. 가루류(밀가루+베이킹파우더+베이킹소다+소금) 체 친다.
4. 2에 비정제 원당을 넣고 뒤적인다.
5. 체다치즈는 작게 자르거나 찢어서 3에 넣고 뒤적인다.
6. 준비해둔 버터밀크에 달걀을 넣고 포크로 섞는다.
7. 4에 5의 1/2를 넣고 재빨리 섞다가,
8. 나머지 반을 넣고 섞을 때 하얀 가루가 거의 보이지 않을 때 호두를 넣고 섞는다.
9. 베이킹 팬에 6의 반죽을 두 덩이/네 덩이로 나누어 성형한다.
- 성형된 반죽 위에 통밀가루를 체 치고 +(열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10.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5~30분 정도 굽는다.
- 호두는 오븐이나 마른 프라이팬에 한번 덖으면 견과류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우유에 유산균을 더하여 발효시켜 만들어진 덩어리가 버터(발효버터)가 되고, 남은 액체가 버터밀크가 된다. 우유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얻어지므로 신맛이 있다.
- 유럽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통되지 않으므로 우유에 식초나 레몬즙 같은 산을 첨가하여 버터밀크를 만들어 쓴다.
- 기묘한 치즈나 그릭 요거트를 만들고 얻어 낸 유청을 버터밀크 대신 써도 좋다.
- 버터나 치즈가 우유의 지방을 거의 가져가고 남은 버터밀크나 유청은 지방 성분은 많이 빠지고 단백질, 칼슘, 칼륨, 비타민 등의 우유가 가진 좋은 성분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 우유 대신 두유를 써도 좋다.
- 체다치즈 대신 까망베르나 브리를 써도 좋고, 취향에 따라 다른 넛츠류나 건과일을 더해도 색다른 소다 브레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쌀밥에 다양한 재료들을 더하는 것처럼.
*** 소다 브레드는 전통적으로 둥근 모양이며, 한가운데에 깊이 십자 모양으로 파서 ‘축복’을 한다. 많은 아일랜드 요리사들은 이렇게 해서 생긴 네 부분의 바둑판 모양을 각각 칼로 찍어 “요정을 내쫓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빵에 재수가 옴 붙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소다 브레드 [Soda Bread]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 2009. 3. 15., 프랜시스 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