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완두콩 슾
가끔씩 바보짓을 한다.
얼마 전 우리 동네 고약한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치킨집 치킨을 먹고 체한 것을 제대로 달래주지 않고 계속 먹고 마셔대다 대재앙을 보았다. 그럴 때는 하루 이틀 정도 절식을 해야 하는데, 요즘 나는 절식은커녕 부드러운 한식도 못 먹은 지 오래다. 사람이 나이가 먹으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내 몸을 살필 줄 아는 것 아닌가. 체력을 믿는다기 보다, 그냥 바보짓을 했다, 또.
부드러운 음식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슾이다. 기묘한 단호박슾(#기묘한레시피_ep007), 감자슾이나 기묘한 치킨슾(#기묘한레시피_ep002), 기묘한 굴라쉬(#기묘한레시피_ep018) 등 많은 슾이 있지만, 이럴 때는 역시나 채소슾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가장 이로운 채소. 초록 초록 날씨와도 참 어울리는 완두콩으로 만든 슾은 채수를 내어 비건식으로도 만들 수 있고, 유지방을 첨가하여 풍미가 좋은 부드러운 슾을 만들 수도 있다. 따뜻한 슾으로도 좋고, 시원한 콜드 슾으로도 좋다. 컬러도 예쁘고 영양도 만점인 데다가, 위 기능을 좋게 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더부룩할 때 도움이 되는 완두콩 슾이 당장 필요했다.
당분간 집밥을 좀 먹어야겠다. 정말이지 손 많이 가는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기묘한 완두콩 슾>
재료: 국산 완두콩 1컵, 양파 1/4개, 감자 반 개, 샐러리 1Ts, 채수 3~4컵, 소금&후추, 바질이나 딜
- 채수: 양파, 당근, 양배추, 샐러리, 월계수 잎, 허브 줄기를 넣고 강불-중불 순서로 충분히 우려낸다.
- 채수는 내가 만드는 요리의 본질에 맞게 재료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한식에 들어가는 채수라면 대파 뿌리나 건표고를 더하고 셀러리와 허브는 빼는 느낌으로.
+ 시금치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 생크림, 우유, 마스카포네 등
1. 완두콩을 껍질째 잘 삶아 콩을 분리해 둔다.
- 끓는 물에 소금을 1Ts 넣고 완두콩을 껍질째로 5분 정도 삶는다.
2.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감자-샐러리 순으로 볶는다.
3. 2에 삶은 완두콩을 넣고 채수를 더하여 끓인다.
4. 3을 곱게 갈아 내고 간을 한다.
- 시금치를 더하고 싶다면 데쳐둔 시금치를 여기서 더해 함께 갈아 낸다.
5. 좋아하는 허브를 더해 서브한다.
- 양파와 샐러리는 조금만 넣어도 그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취향에 따라 가감한다.
- 시금치를 더하면 더욱 선명한 그린 컬러를 낸다.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갈아 더해도 좋다.
- 채수를 1/3~1/2만 넣고 나머지를 유크림(생크림,우유,마스카포네 등)으로 대체하면 풍성한 맛과 텍스쳐를 느낄 수 있다.
시금치를 더한 버젼. 확실히 색이 진하다.
기묘한 시그니쳐 브레드 (기묘한 레시피 ep.019)와 함께-
청량한 까바와 함께 페어링-
원하는 치즈를 갈아서 더하여 풍부한 맛을 낸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기묘한 완두콩 슾은 더해지는 재료에 따라 그 맛과 향, 텍스쳐가 달라진다. 그 모든 것에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은 푸이 퓌메이다. 소비뇽 블랑도 다 같은 소비뇽 블랑이 아니다. 열대과일 향이 지배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도 좋지만, 기묘한 완두콩 슾과는 싱그러운 풀향과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인 푸이 퓌메가 아주 훌륭한 단짝이다. 적절한 산미와 당도를 지닌 언오크드 샤도네이도 좋은 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