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콩물
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가 반쯤 남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김치찜도 해야 하고, 김치볶음도 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을 콩국수를 먹어야 한다. 열무김치를 간단하게 해서 먹어도 참 잘 어울리지만, 열무의 제철이 오기 바로 직전에 기묘하게도 그 시기가 딱 들어맞게 푹 익은 김치와 함께 하는 콩국수는 여름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이벤트이다.
콩요리를 좋아하지만, 찌개를 자주 만들지 않으니 두부를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콩을 불려 두유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 겨울엔 만들자마자 따뜻하게 마시고, 여름엔 시원하게 혹은 콩국수로 먹는다. 치즈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평소에 우유보다는 두유를 마시려고 하는데,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식사 대용이 되기도 하니, 겸사겸사 참 좋은 대안이다. 한 번 만들어 먹다 보면 시판 두유나 콩물을 사 먹는 일이 쉽지는 않다.
나이가 들면서 사는 게 점점 편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손이 많이 가는 걸 보면, 아주 잘 살고 있는 듯하다.
<기묘한 콩물>
재료: 검은콩 1컵, 깨 1Ts, 물
+ 견과류 1/2컵: 아몬드, 땅콩, 호두 등 평소에 먹는 견과류를 함께 한다.
+ 소금
- 검은콩, 서리태, 백태 어떤 콩이든 쓸 수 있다.
1. 검은콩을 깨끗이 씻는다.
2. 1에 물을 넉넉하게 넣고 6시간 이상 불린다.
3. 깨끗한 팬에 깨를 덖는다.
4. 견과류를 더한다면 아래의 과정을 거친다.
- 아몬드는 검은콩처럼 6시간 가량 불린 후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한다.
- 호두는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물기 제거 후 덖어 사용한다.
- 땅콩은 마른 팬에 덖은 후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한다.
5. 냄비에 불린 검은콩과 불렸던 물(1:3 정도의 비율)을 넣고 삶는다.
- 뚜껑은 열어놓고 끓는 시점을 꼭 확인한다.
6. 물이 끓기 시작하면 4분을 더 삶는다.
- 시간을 못 맞추면 덜 삶기거나, 많이 삶겨 비린내가 날 수 있다.
7. 삶은 검은콩과 콩 삶은 물을 분리하고, 삶은 물은 버리지 않는다.
8. 삶은 콩과 삶은 물이 어느 정도 식으면 깨와 준비한 견과류를 더해 갈아준다.
- 입맛에 맞게 농도(물의 비율- 1:2~1:3)와 간(소금)을 조절한다.
9. 따뜻한 상태 그대로 마셔도 좋고,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넣고 냉장 보관하여 시원하게 마신다. 혹은 소면을 삶아 콩국수로 먹는다.
- 콩물은 하루~이틀 안에 소진한다.
- 거친 식감이 싫다면 속껍질을 벗겨내거나 체에 걸러주는 과정을 거치지만, 검은콩 껍질의 항산화 성분이 탐난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잘 갈아먹자.
- 백태를 쓴다면 불린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로 삶는다. 삶고 나서 따뜻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속껍질을 벗긴 뒤 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