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레시피 ep.029 & 와인 페어링

기묘한 사라다

by 김묘한
삽질을 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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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라면 치를 떨 이야기이고, 그런 형제나 남자친구를 두어 본 한국 여성이라면 지겹게 들었을 이야기이다. 하나뿐인 나의 혈육, 나의 안 친한 오빠 역시 그의 (아마도) 가장 건강하고, 가장 찬란했을 나이에 군대를 가게 되었다.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우리 가족은 매주 면회를 갔다. 오빠가 군대에 있었던 그 몇 년 동안 몇 번 빠졌을까 싶게 양손 가득히, 트렁크 한가득 무언가를 싣고. 오빠의 그 시절이 가장 건강하고 가장 찬란했었다면, 나의 그 시절 역시 그랬을 터이다. 그 시절, 몇 년의 주말을 그렇게 보냈다.


엄마는 금요일 밤부터 식빵을 구웠다. 작지만 통통하고 포실했던 그 식빵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참 맛있게 구워졌다. 식빵 기계가 식빵을 굽고 있다는 이야기는, 누군가는 식빵 속을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만 해도 김장 백 포기는 거뜬히 하던 우리 집에는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 둘 정도는 충분히 수영할 수 있을법한 큰 고무 대야가 있었다. 그것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볼기짝 때리는 곤장 마냥 큼지막한 나무 주걱은 세트였다. 주말마다 난 그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삽질을 해댔다.


커다란 곰솥에 감자와 달걀을 삶고, 여러 가지 채소를 손질하고, 마요네즈를 듬뿍 넣어 만든 엄마표 사라다는 맛도 영양도 가득해 보기만 해도 참 든든했다. 그 든든한 걸 내 다리보다도 길던 나무 주걱으로 삽질을 해가며 감자를 으깨고, 속을 버무렸다. 2박 3일간 구워진 식빵을 한 땀 한 땀 잘라 슬라이스 치즈를 더한 샌드위치는 한 입 크게 물면 입안 가득 마요네즈와 달걀의 고소함이 퍼지고, 한 입 한 입 씹을 때 느껴지던 양파의 알싸함과 아삭함이 참 좋았다. 넉넉히 들어갔던 감자와 얇게는 도저히 썰 수가 없었던 홈메이드 식빵이 주는 포만감은 당연했다. 그렇게 며칠을 준비해 그의 내무반 동료들이 함께 먹을 수 있게 늘 넉넉히 준비했다. 우리 가족에겐 나름의 놀이였고, 매주 겪는 일상이자, 여행이었다. 그걸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걸 싣고 나르던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사라다를 만들 때면 늘 마음이 넉넉하다가도 아리다.


그렇게 삽질로 완성하던 엄마표 사라다는 어느새 나만의 레시피로 재탄생 하였다. 신선한 달걀과 좋은 오일로 마요네즈를 만들고, 달콤하고 아삭한 사과를 더하고, 짭조름한 올리브를 더한다. 옥수수나 단호박 같은 채소들이 제철일 땐 그것들을 더한다. 예전처럼 삽질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열 명 정도는 충분히 먹을 양을 만들어 동친들과 나누어 먹거나, 기묘한 브런치에서 모임이 있는 날 식탁에 올려 와인 안주로 곁들인다.


습관의 무서움. 내가 그냥 손이 큰 게 아니었다.


<기묘한 사라다>


재료: 달걀, 감자, 사과, 양파, 올리브, 마요네즈, 머스터드, 후추

+ 절인 오이, 옥수수, 파프리카, 단호박, 완두콩, 샐러리 등


1. 감자와 달걀을 삶는다.

2. 여전히 온기가 있을 때 감자를 곱게 으깬다.

3. 달걀은 노른자를 분리하여 곱게 으깨고, 흰자는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게 칼로 엉성하게 다진다.

4. 양파는 챱하고 소금물에 넣어 매운기를 뺀다.

5. 4의 물기를 제거한다.

6. 사과는 껍질째 엉성하게 다진다.

7. 올리브는 챱한다.

8. 모든 재료를 더해 마요네즈를 넉넉히 두르고 머스터드는 한 스푼 정도만 넣어 버무린다.

- 오이를 넣겠다면 식초와 설탕(3:1 비율)에 절인 뒤 물기를 꼭 제거하여 넣는다.

- 샐러리는 기묘한 사라다에 참 잘 어울리는 재료이다. 꼭 넣어보자.

- 파프리카를 넣는다면 꼭 먹기 직전에 넣는다. 물기가 꽤 생길 수 있다.

- 껍질째 쓰는 사과는 되도록이면 친환경을 쓴다.

- 마요네즈는 생각보다 만들기가 쉽다. 신선한 달걀과 좋은 오일로 꼭 도전해 보자. (기묘한 마요네즈-기묘한 레시피 ep.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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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와인 안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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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식사/스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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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에서의 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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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와인 페어링: 기묘한 사라다는 참 다양한 와인들과 어울린다. 우아한 버블이 올라오는 샴페인과도 좋고, 은은한 바닐라 향이 좋은 미국의 샤도네이와도, 산미가 찌르는 리슬링과도, 탄닌이 강하지 않고 산도가 좋은 바르베라 등과도 좋은 마리아쥬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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