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잔치국수
무더운 여름날이다.
(23년 여름에 쓴 글이다.)
이가 시리고 가슴이 저미도록 차가운 음식들이 당길 법도 하지만, 희한하게도 뜨거운 국물이 당긴다. 여름철 심심찮게 생기는 배탈을 차치하고서라도, "아, 시워~언하다!!"라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뱉는 어른들의 거짓말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시원함'을 아는 순간, 우리는, 한국 사람은, 어른이 된다.
거기에 호로록- 소리를 내며 가볍게, 하지만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는 요즘처럼 국숫집이 귀한 때 더 간절하다. 소면을 삶고, 색색의 채소를 볶아 얹고, 김이나 양념장을 더해 뜨거운 육수를 부은 잔치국수에 잘 익어 다른 의미로 '시원한' 김장김치를 곁들인다면, 여름이 두렵지 않다.
정성을 다해 우려낸 육수가 주는 만족감의 시원함일까, 땀을 배출하면서 열이 빠져나가고, 그렇게 몸의 온도가 떨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내뱉는 과학적 진실의 시원함일까. 그렇게 우리는, 나는 이 덥고 습한 여름에 육수를 내고, 국수를 삶는다. 뜨겁도록 시원한 여름이다.
<기묘한 잔치국수>
재료: 기묘한 육수, 소면(쌀 소면, 현미 소면), 애호박, 당근, 양파, 들기름, 양념장
양념장 재료: 간장 5Ts, 물 5Ts, 멸치 액젓 1 Ts, 다진 부추 3 Ts, 다진 대파(혹은 실파) 1Ts, 마늘 1/2Ts, 슬라이스 한 청양고추 1/2 Ts, 매실청 1Ts, 참기름 1/2Ts, 깨소금 1/2Ts
+ 김, 버섯, 달걀지단, 어묵, 부추, 쑥갓, 미나리, 배추, 단무지 무침, 김치볶음 등
1. 육수를 낸다. (기묘한 레시피 ep.030 기묘한육수)
2. 애호박, 당근을 채치고 양파는 얇게 슬라이스한다.
3. 들기름에 2의 재료를 각각 볶아 준비한다.
4. 소면을 삶는다.
-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삶다 물이 다시 끓어넘치면 차가운 물을 더한다.
- 3번 반복 후 채반에 면을 거르고 전분기가 손에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주무른다.
- 채반에 받쳐 물을 뺀다.
5. 끓는 육수에 채반에 담긴 소면을 넣고 토렴한다.
- 4~5초 흔들어 소면을 따뜻하게 만든다.
6. 그릇에 소면과 육수를 담고 채소를 예쁘게 두른다.
7. 입맛에 맞게 양념장(모든 재료를 더해 섞는다)을 더한다.
- 김을 더한다면 살짝 구운 뒤 부수어 더한다.
- 어묵을 더한다면 육수를 데울 때 함께 끓인다.
- 부추, 쑥갓, 미나리, 배추를 더한다면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후 더한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구수한 멸치 베이스의 육수와 찰진 소면, 각각의 채소 볶음이 더해진 기묘한 잔치국수와 잘 칠링된 스페인의 까바를 매칭하면 어떨까. 싱그러운 피노 그리지오와도 은근한 마리아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