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소고기 미역 떡국
Birthday Soup.
스토리적인 면에서나, 영양가적인 면에서나 미역국은 참 근사한 음식이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 음식 중 가장 기괴(?)한 메뉴를 고를 때 꼭 꼽는 음식 중 하나이면서(어떤 친구는 물속에 떠다니는 괴물 같은 슾이라고 표현했다.), 그 스토리를 듣고 맛을 본 뒤 말하는 인상적인 한국 음식 중 하나인 메뉴. 끓이기도 참 쉽고, 들어가는 부재료도 다양해서 철마다 제철 재료를 찾아다니는 나같은 먹보에게는 흥미가 떨어지기 쉽지 않은 메뉴이기도 하다.
아빠는 찹쌀로 동그랗게 빚은 옹심이가 들어간 미역국을 몹시도 좋아했는데, 그래서 우리(엄마와 나)는 수시로 찹쌀 옹심이를 빚어야만 했다. 처음에야 쪼물쪼물 재밌지, 몇 번 해보면 이만한 노동도 없다 싶다. 아빠 입장에선 엄마에게 나름 편한 메뉴(라고 생각해서)여서 더 자주 주문했을 수도 있는데, 미역국과 옹심이만 있으면 5분이면 식탁 위에 뿅-하고 차려지니 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해맑음 속 내가 좋아했던 아빠의 모습 중 하나는, 늘 그 속에 들어간 엄마의 정성을 참 고마워했다는 점이다. 요리를 하지 않는(못 하는) 사람이 요리를 해주는 사람의 정성을 느끼고 감사함을 가지고 먹는 걸 보고 자란 나는, 그래서 바깥 음식(정성이 들어간)을 감사하게 먹고, 그래서 내 음식의 따뜻함을 느낄 줄 아는 가슴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사랑한다.
엄마의 미역국은 보통은 소고기를 넣은 그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육수(#기묘한레시피_ep030)를 내어 끓이는 미역국이나, 황태 미역국, 굴 미역국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내 생일이 있는 더운 여름날엔 희한하게 꼭 소고기 미역국이 당긴다. 따뜻한 성질의 찹쌀로 만든 옹심이를 넣은 소고기 미역국은 속이 차기 십상인 여름날 마땅히 좋은 음식이겠지만, 찹쌀 소화가 힘든 나는 옹심이 대신 떡국떡을 넣는다. 꼬마 시절부터 다닌 우리 동네 떡집의 떡국떡은 지금도 너무너무 신선하고 보드랍고 구수한데, 소고기 미역국에는 꼭 이 떡국떡을 넣어야만 한다. 올해 셀프 Birthday Soup은, 유난히 울컥하게 맛있다.
<기묘한 소고기 미역 떡국>
재료: 미역, 소고기(양지나 사태), 들기름, 간장, 액젓, 소금, 물, 그리고 떡국떡
- 미역은 산모용 미역이나 유기 인증 미역을 쓴다.
- 액젓은 참치 액젓, 멸치 액젓, 새우 액젓 등 있는 것으로 쓴다.
- 떡국떡 대신 찹쌀 옹심이를 써도 좋다.
1. 미역 잘게 잘라 찬물에 30분 이상 불린다.
- 불린 뒤 잘라도 된다.
2. 불린 미역은 잘 헹구어 체에 밭치고 물기를 뺀다.
3. 소고기는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4. 불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들기름을 1~2스푼 정도 두른다.
5. 물기를 제거한 소고기를 넣고 들기름을 코팅하듯이 소고기를 굴린다.
6. 불을 켜고 중불에서 소고기를 볶는다.
7. 소고기 겉면이 어느 정도 익으면 불린 미역을 더한다.
8. 중간불에서 볶다가 어느 정도 미역에 열기가 생기면 간장을 1스푼과 액젓 1스푼을 넣는다.
- 소고기와 미역을 옆으로 밀고 냄비의 바닥에 간장을 부어 열을 가한다.
9. 소고기와 미역에 간장의 향이 배일 수 있게, 하지만 타지 않도록 빠르게 볶는다.
10. 미역의 겉면이 드라이해진 느낌이 들 때 물을 붓는다.
11. 강불에서 20분 정도 끓이다가 중약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인다.
12. 간을 보고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한다.
13. 다 끓인 미역국을 작은 냄비에 적당량 덜어 끓인다.
14. 국이 끓을 때 떡국떡을 넣는다.
- 냉동 떡국떡이라면 미리 해동해 둔다
- 물에 담그지 않고 실온에 30분 정도 자연해동하고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사용한다.
15. 잠겨있던 떡이 떠오르고 떡에 윤기가 생기면 불을 끄고 셋팅한다.
- 액젓 향이 싫다면 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 재료가 간단한 음식은 재료 맛이 전부다. 좋은 재료를 쓰자.
- 찹쌀 옹심이를 쓴다면 14에서 떡국떡 대신 넣으면 된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명색이 Birthday soup이다. 샴페인을 터뜨리자!! 블랑드블랑, 블랑드누아 모두 근사한 페어링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