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같이 쉬어가자
학교 갈 준비로 분주한 아침시간. 아들의 도시락을 싸고,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준비하며 아들을 깨웠다. 아들도 일어나 준비를 하며 밥 먹으러 식탁으로 오더니 눈이 너무 부시다며 불을 끄기 시작했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너무 다 끄면 어두우니 적당히 끄라고 말하며 나도 나갈 준비를 하러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하고 나와 아들이 세수를 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본 순간 “눈이 왜 그래!!”라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들은 눈이 부시다며 눈을 반도 못 뜨고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남편을 다급히 불러서 눈 좀 확인해 보라고 하고는 지금 갈 수 있는 병원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를 만나고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더니 염증은 없어 보인다며 안약을 처방받아서 나왔다. 눈부심현상도 처음이고 어린 나이엔 다른 병을 의심하진 않아도 되지만 반복된다면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은 집에서 쉬는 것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100% 자택근무 중이고 남편은 사무실이 가깝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걸 선호해서 사무실을 자주 나가는 편이지만 오늘은 비도 오니 집에서 일한다며 집에 있었다. 아들이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일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줌으로 미팅 중에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뭐 좀 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부르고 이것저것을 해달라 요청한다. 내심 의사로부터 오늘 학교를 가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집에 있으라는 소리에 우리셋의 희비는 그렇게 갈렸다.
아들은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말을 듣고부턴 상태가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떠졌고(여전히 충혈되어 있었지만), 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그에 반해, 남편은 오늘까지 제출해야 할 일이 있다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없는 내가 아들을 좀 더 챙기기로 하고, 남편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와 아들은 약을 픽업하러 약국으로 향했다.
약을 픽업하고 근처 빵집으로 가서 빵과 음료를 하나씩 골라 자리를 잡았다. 당장에 처리해야 할 바쁜 일이 없을 땐 아들의 결석날은 나에게도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쉬게 되는 날이 되기에 나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일하는 시간 중엔 바쁜 일이 없더라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책상에서 떠나지 못하고 앉아있게 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이다.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다 집에 들어와 메일을 확인하고 나는 할 일들을 조금 처리하고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아프지 않은 것이 가장 좋지만, 가끔씩 있는 이런 일탈은 나와 아들에게 작은 이벤트이다. 평일이지만 함께 카페를 가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단비와 같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들이 더 이상 나의 손이 필요하지 않을 땐 이런 시간들이 참 그리워질 것 같다.
그렇지만 아프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