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 시절 엄마아빠는 수영으로 새벽운동을 시작하셨다. 내가 중3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새벽수영을 다니던 엄마아빠는 나를 데리고 수영장에 다니시기 시작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면 일어나는 게 힘들 테니 미리 아침에 일어나는 연습을 해두자는 취지였고 나는 그렇게 새벽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니던 수영장은 아침 새벽반은 모두 성인반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만 학생이었고, 모두가 어른들이었다. 그 틈에 끼어서 열심히 수영을 배우며 한 칸 한 칸 옆으로 레벨업을 해갔다. 맨 끝 반에서 물개처럼 수영을 하시는 엄마아빠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 반에 가겠다고 마음먹으며.. (결국 못 갔다.)
수영수업은 아침 6시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늦어도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지만, 그 시절 나는 신기하게 잘도 일어났다. 물과 한 몸이 되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수영을 다하고 샤워하고 나와서 새벽공기를 마시는 게 좋았다. 계절에 따라 이미 해가 떠있기도 하고 이제야 조금씩 밝아오고 있기도 했지만 그 아침에 이미 많이 움직인 내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거기다 아침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이 되고 등교가 일렀기 때문에 나도 엄마도 모두 수영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 무더운 여름에 가끔씩 수영장을 간 것이 고등학생 시절 수영장을 간 기억의 전부이고, 그 뒤로 한참 수영장을 다니지 않았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 새벽에 다시 수영을 다니고 싶었고, 아빠도 그 당시엔 수영장을 다니고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를 꼬셔서 아빠와 나는 다시 새벽 수영을 시작했었지만, 나도 아빠도 예전 체력이 아니라 몇 달 다니다 관뒀던 것 같다.
그 뒤에 다시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게 됐던 때는 미국으로 유학을 오고 나서다.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학교는 주변에 갈 곳이 별로 없었는데 학교에 recreation center (헬스장 같은 곳)라는 4층짜리 커다란 건물을 새로 지었는데 아주 으리으리하게 지어놔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줬고, 그때 다시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유수영이었기 때문에 나 혼자 자유형과 평형을 몇 번씩 오가는 식으로 수영을 하고 오는 게 다였지만, 역시 수영하고 나오면 중학생시절처럼 기분이 좋았다. 차가운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코로 숨을 내뱉으며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면, 몇 바퀴 돌았을 뿐이지만 내 몸은 뜨거워졌고 심장이 사정없이 쿵쾅거리고 뛰던 느낌 모두 좋았다.
임신을 하고도 수영장을 열심히 다녔다. 초기엔 격한 운동을 피하느라, 중기초반엔 요가가 재밌어서 다른 운동을 하다가, 임신 20주가 넘어갈 때 날씨가 따뜻해지기도 했고, 다른 운동이 하기 힘들어지며 다시 수영을 다녔다. 배가 불룩해서 원피스는 맞지도 않았고 집에 있던 투피스 수영복을 입었는데 상위는 원래 배꼽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볼록해진 배로 배꼽에서 5센티정도 위까지밖에 내려오지 않아 맨살이 튀어나와 있었고, 볼록한 배로 쪼그려 앉아서 물로 뛰어들 수도 없으니 계단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불편들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실 그 당시 나는 평소보다 10킬로가 찐 상태였기 때문에 체급이 커져서 그랬는지 발차기 한 번을 하면 예전과는 다른 파워를 보였다. 앞으로 쑥쑥 나가는 몸을 보며 체급차이가 이런 거구나를 느꼈고, 왜 많은 경기에서 체급을 나누어 놓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영은 내가 처음으로 혼자서도 즐겨할 수 있는 운동이었고, 많은 추억이 있는데, 수영을 안 한 지 몇 년이 지났다. 레이노증후군이라고 손과 발이 하얗게 어는 병이 출산 후에 시작되며 시도 때도 없이 손발이 어는 증상은 초반에 몸을 차게 만드는 수영을 멀리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 준비를 하느라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수영은 점점 내가 하는 운동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부쩍 머리가 물안에 들어오고 나가는 박자에 맞춰 숨을 쉬고, 전체적인 몸은 힘을 빼야 하지만, 손과 발은 힘차게 물을 밀어내고 차야하는 수영을 다시 하고 싶고 해야겠다고 느낀다. 물에 풍덩 들어가 온몸의 모든 감각으로 물을 느끼고 싶다.
사진: Unsplash의Arif Rash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