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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May 21. 2024

오늘은 글이 영 써지지 않는다.

마음이 어지럽다.

자폐스펙트럼인 자신에 대해서 쓰는 작가님의 브런치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기대고 싶었던 건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홀린 듯이 그 작가님에게 대뜸 긴 메일을 보냈다.


정신과도 심리상담도 나를 절절하게 위로해 주지만 내 상황을 나만큼 잘 아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맨 정신인 홍길동 비슷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자아를 의탁해서라도 내 마음을 쏟아내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홍길동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그 작가님에게 매달리게 한 걸까. 홍길동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이라도 맨 정신이 되어 자신이 한 짓을 다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물론 그럴 일은 없을 예정이라서 그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서로 마음이 통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괌 여행에서 적당히 취기가 오른 그는 긴장을 풀고 처음으로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조차 거짓말이고 연기였을 수도 있지만 난 그때만큼은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이 감정이 분명 미련은 아니고 아마도 과거에 대한 집착인 것 같다. 그의 진심을 보고 마음을 이해해 준 사람은 나뿐이라고. 내 사랑이 헛수고가 아니라고. 나는 아직도 미련하고 멍청한 게 아니라고 허공에 대고 울부짖는 심정이다. 기분이 지구 내핵을 뚫을 기세라서 파괴적인 짓이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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