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잠들기 어려울 것 같은 밤
Everything will happen for highest good.
May love, peace and truth prevail.
May I be safe. May I be held. May I be cared for.
현재 시각 밤 11시 30분.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늦은 시간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기차 안에서도 메일을 두 개 쓰고 쌓인 업무 처리를 했다. 누가 보면 회사 일은 내가 다 하는 줄 알겠다.
내일 오후 2시는 첫 번째 가사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홍길동이 내 영혼을 살해한 뒤로 그를 처음 만나는 자리. 그는 어떤 얼굴을 하고서 방에 들어올까.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척 태연하게 들어와서 가사조사관 앞에서 연기를 하겠지.
내일 있을 가사조사에 대한 안내를 위해 낮에 변호사님과 짧게 통화를 했다. 내가 며칠 전 보낸 문자에 답장도 없고 연락이 닿지 않아 너무 걱정했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여전히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이 끔찍한 지옥 같은 나날들이 내게 어떤 의미로 잔흔을 남길지 두려울 뿐이다.
“근데 은연주님 남편 고주원 같아요. 얼마 전에 TV 보다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고주원 편을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홍길동 씨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이 너무 똑같던데요 내면이?!”
변호사의 말은 꽤나 뜻밖이었다. 나도 작년에 그 나라에서 서서히 죽어갈 때 그 프로를 봤기 때문이다. 탤런트 고주원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홍길동과 너무 똑같아서 바로 시부모님도 한 번 보라고 권해드렸었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나 소송이 시작되고 가사조사를 앞둔 전날, 공교롭게도 내 변호사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겁먹지 말자. 가사조사관 눈에도 홍길동이 정상 아니라는 게 보일 것이다.
이 글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으니 부디 좋은 기운과 응원을 잠시 구하고 싶다. 얼굴 모르는 독자분들의 따뜻한 손을 잡고 당당하게 홍길동 눈을 뚫어지게 쳐다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