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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brisa May 13. 2024

속초에 진짜 핫플은 여기

KFC와 베베드피노

징검다리 연휴가 다가오면 조용하던 핸드폰이 바빠진다.


"이번 연휴에 속초 놀러 가는데 아이랑 갈 수 있는 맛집 좀 추천해 줄 수 있어?"


속초살이 4년 차, 이제는 누가 뭐래도 속초에서 아이까지 낳고 터를 잡은 현지인이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이 질문에 해줄 수 있는 답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속초맛집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바로 직전 속초에 내려와 곧바로 임신과 출산을 했다. 임신기간 내내 코로나에 걸리면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병원까지 2시간을 달려가 음압병실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협박이 이어졌다. 덕분에 임신 안정기에도 태교여행은커녕, 외식한 횟수도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출산 후에는 아직 아기가 어리다는 이유로, 조금 자란 후에는 아이의 활동성을 일부러 억제하고 싶지 않아 가급적 외식은 자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역할이 바뀌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시장 앞에 칼국수집 갔는데 아기의자도 있고, 맛집이더라. 나중에 아기 데리고 꼭 가봐"






#. 속초 현지인이 사랑하는 핫플은 여기


내가 속초에 내려온 4년 동안, 시내 곳곳에는 노브랜드ㆍ던킨도넛ㆍKFCㆍTOP 10ㆍ 베베드피노와 같은 크고 작은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섰다. 이 작은 지역에 스타벅스 매장은 무려 6곳이나 된다. 3곳은 4년 사이 새로 생긴 지점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프랜차이즈가 오픈하면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보통 브랜드 매장 오픈소식은 지역맘카페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 간판도 걸기 전, 건물공사 소식과 함께 설렘 가득 담긴 "드디어 속초에도... ", "우와 기대돼요."와 같은 댓글들이 우수수 달린다.


여전히 줄 서서 먹는 속초 핫플 KFC

그 대표적인 예가 약 2년 전 생긴 속초 KFC다. 

어렸을 적부터 유독 징거버거를 좋아했던 터라 한 때 나의 생활반경에서 하나 둘 사라지는 KFC 매장의 폐점 소식을 듣고 "이러다 브랜드까지 없어지는 거 아니야?"하고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부질없는 남 걱정이었다.

속초에 상륙한 KFC는 오픈날부터 대기줄이 기본 1시간이더니 2년이 지난 요즘도 점심, 저녁시간에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도 족히 10분은 대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패스트푸드 매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로 근처에 맥도널드와 버거킹이 있는데 유독 KFC에만 손님이 많다. 이상할 노릇이다.


한 번은 어린이집 부모참여행사에 갔는데 살짝 과장해 아이들의 70%가 베베드피노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이 70% 중 한 명이었다.

베베드피노가 속초에 오픈하던 날, 마침 고모가 와 계셨던지라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아이 꼬까옷을 사주겠다며 선물한 옷이었다. 베베드피노가 결코 저렴한 브랜드가 아닌데 왜 속초맘들은 여기 옷을 선호하는 걸까? 물론 나도 베베드피노 디자인의 호감이 있었으나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입는 것을 본 후로는 관심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유일한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5층짜리 다이소 본점은 주말, 혹은 공휴일이면 그 진입로가 하나의 주차장으로 변한다. 하필 두 곳이 근접해 있어 이 사거리는 속초에서 유독 교통체증이 심한 곳 중 하나이다. 이것은 우리 부부가 속초에서 새 보금자리를 구할 때 이 지역을 꺼린 이유이기도 하다.






#. 이토록 부러운 서브웨이


속초에서 나고 자라 이곳에서 신혼생활까지 한 친구가 최근 춘천으로 이사를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는 거라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새로 이사 가는 동네에 홈플러스와 서브웨이가 있어 설렌다고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분당 살던 시절, 우리 신혼집 10분 거리에도 홈플러스와 서브웨이가 있었다. 그땐 몰랐다. 집 주변에 홈플러스와 서브웨이가 있는 것이 이토록 부러워질지 말이다. 속초에 대형마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패스트푸드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홈플러스와 서브웨이가 부러운 걸까? 그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당장 달려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그렇다고 내가 서브웨이를 썩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선택의 연속인 번거로운 주문절차와 줄줄 흐르는 소스가 먹기 번잡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임신기간 동안 서브웨이의 스위트어니언과 스위트칠리소스의 조합이 그리웠다. 그래서 남편이 서울에 볼 일 보러 가는 날이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2-3개씩 포장해오곤 했었다. 그럼 냉장고에 넣어뒀다 반씩 꺼내 먹는 그 맛은 행복 그 자체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건대 내가 그리운 것은 홈플러스와 서브웨이가 아니라 신혼시절, 그때의 우리 인지도 모르겠다. 밥 해 먹기 귀찮은 새댁이 다이어트를 핑계로 서브웨이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함께 홈플러스까지 걸어갔던 야간 산책의 순간들 말이다.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반씩 닮은 아이를 둔 10년 차 부부가 되었으니까, 그때의 우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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