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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덕 Feb 22. 2024

짝사랑과 이별을 했다.

인생은 신기하다

인생은 경이롭다

인생은 ㅈ같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눈 부시고 빛나는

다가갈 수 없는 하늘 위의 별같이 느껴지는 존재였다

딱 한번 만났다.


-


사실 처음 만날 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껏 누군가를 짝사랑해본 적도 없고, 단순히 외모가 내 이상형이었기 때문에 밥이나 먹자고 했었다.

그녀를 처음 본 날 일단 사진보다 훨씬 이쁜 실물에 반했다.

숨이 막혔다.

애써 티 내지 않으려 담담한 척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진국이었다.

아이 같지만 어른이었고

귀엽지만 성숙했다.

너무 멋진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

문득 이 사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빛난 탓인지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전에 만난 여느 이성과는 다르게

나에게 쉽게 맘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짝사랑을 시작했다    


-


그녀가 너무 좋았다. 계속해서 만나자고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만나지 못했다. 사실은 핑계다. 그 누나에게는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머리를 잘못 잘라서, 여드름이 나서, 살이 쪄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녀에게 만나자고 하지 못했다.


내 자격지심에, 내 처지에 감히.

내가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을 때 누나가 나를 좋아해 줬으면 했고. 지금은 그때가 아니란 걸 알기에. 나의 비루한 모습이 싫었기에.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나에게 답장해 주는 빈도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슬펐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었다.    

-


그러다가 누군가가 나타났다, 지금 나의 여자친구. 타이밍이 야속했다.

누나가 답장을 해주지 않는 오랜 기간 동안 이 아이는 혜성처럼 나타나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연애가 싫다. 연애는 너무 잔인하고 무섭고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리고 내가 진정 누군가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아이는 그런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저돌적으로 다가와 얼어붙어 있는 나의 마음을 녹였다.

한번, 두 번, 그녀와 만남을 가져가며 나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주체할 수 없게 되었고, 세 번째 만남을 가진 날 밤


나는 그날 밤 그녀에게 고백했다.    


-


그 다음날 아침. 짝사랑하던 그 누나에게서 거진 일주일 만에 답장이 왔다.


“담에 맛난 거 같이 먹자 애기양”


야속했다. 미웠다. 신이 미웠다


사랑은 타이밍

인생은 신기해

인생은 ㅈ같아.    


-


그러니까 누나가 나를 거부해 줘

나는 누나를 거부할 수 없으니까

누나가 나한테 문자를 보내면

나는 답장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내가 답장하면 그냥 읽씹 해줘.

그래도 평생 답장하지 말진 말아 줘

적당히. 적당히 무시하다가

가끔 한 번씩만

답장해 줘.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해야 해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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