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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동상이 있는 루터 광장

루터의 도시 보름스(Worms)

by 김남수
내 주는 강한 성이요.



1521년 4월 18일, 마틴 루터가 38세의 나이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와 고위 관리들 앞에서 신앙을 심문받았던 제국회의가 열린 제국의회와 보름스 대성당(주강 돔)이 있는 보름스(Worms)에 다녀왔다.


루터광장의 루터 동상. 양 옆으로 체코의 종교개혁가 얀 후스(오른쪽)와 이태리의 종교개혁가 사보나롤라가 있다.


인터넷 사진으로만 보았던 루터광장의 루터동상. 루터 동상 주위로 '선한 행동이 아니라 믿음으로만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주장한 유럽의 종교개혁자들 4명(체코의 얀후스, 영국의 위클리프, 프랑스의 발두스, 이탈리아의 사보나롤라)의 동상이 배치돼 있고, 바깥 주변으로 루터를 재정적, 학문적으로 지지했던 영주들과 학자들이 세워져 있다.


성경을 영어로 번역했던 영국의 위클리프 손에는 성경을 들려 있다. 당시엔 라틴어 성경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었다. 루터보다 100년 앞선 체코의 종교개혁가 얀 후스. 그는 1415년 화형 당해 죽기 전 이렇게 외쳤다.


너희는 거위 한 마리를 불태워 죽이지만 100년이 지나면 태울수도 없고 삶아 죽일 수도 없는 더 큰 백조가 나타날 것이다.


이 예언은 놀랍게 이루어졌다. 100년 뒤에 마틴 루터가 나타난 것이다. (얀 후스 이름의 후스는 거위라는 뜻이다.)


동상 사이 기둥엔 루터의 종교개혁과 연계된 도시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루터 동상 인근엔 동상 전경 그대로 작은 미니어처를 만들어 놓았다. 앞을 못 보시는 분들을 위해 동상마다 점자를 추가해 놓았다. 세심한 배려가 눈에 들어온다. 루터 동상 옆으로 제국의회 건물이 있고 이 건물을 돌아 뒤쪽으로 가면 보름스 대성당과의 사이에 루터가 심문받았던 뜰이 있다. 황제 앞으로 소환 조치되어 가는 도중에 루터가 만든 곡이 그 유명한 '내주는 강한 성이요'이다.


보름스 시에서 루터의 신발을 크게 만들어 놓아 방문객들이 루터의 마음을 느끼게 해 놓았다.


나도 이 자리에서 이 신발에 내 발을 넣고 루터의 마음으로 "황제여! 나는 구원에 있어서 성경만을 신뢰합니다! 면죄부 판매를 거두시오!"라고 외쳐보았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 한쪽은 고딕양식으로 화려하게 건축돼 있고, 내부 또 다른 한쪽은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으로 소박하게 만들어져 있다. 벽 같은 기둥을 세우고 그 옆으로 건물을 받치는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눈에 들어온다. 두 건축양식이 다 있는 건물이라, 건축학을 공부하는(혹은 하려는)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샘플이다.


오늘은 마틴 루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동선이었다. 내일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다운타운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루하루가 기대와 설렘이다.


[토론할 질문들]


1. 황제 앞에 선 마틴 루터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내가 만일 루터라면 어떤 말을 했을까?

2. 루터 광장의 루터 동상은 왜 저런 구성으로 만들었을까? 만일 내가 기획자라면 어떤 구성으로 동상을 만들었을까?

3. 중세 건축양식 중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말해보시오.


다음 글 :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탐방>


by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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