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다.
500그램.
한 손으로 들어도 그리 무겁지 않다.
손으로 던지면 원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가준다.
내 손안에 있을 땐 순하디 순하다.
그런데
막상 발로 차려 하면 이놈의 공이 그렇게 말을 안 듣는다.
이 조그만 공 하나 때문에 매일 쩔쩔매고 있다.
처음엔 ‘설마 공 차는 게 그렇게 어렵겠어?’ 싶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월드컵 시즌만 되면 자동으로 단체 주문 어플을 켜고
치킨과 함께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국민 절반 이상이 축구 감독인 민족 아니던가.
어릴 때 운동장에서는 무조건
“차!” “때려!” “슛!”을 외치며
공 몰고 다니는 남자애들이 항상 있었고,
지금도 공을 찰 수 있는 공터만 있어도 사람들이 모여있다.
내가 공을 못 차서 그렇지
'공을 차는 행위' 자체는 익숙해 있었다.
그리고 TV를 틀면
초대형 구장에서 선수들이 쭉쭉 패스를 연결한다.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매끈해서
‘아~ 그냥 저렇게 발 옆으로 툭툭 주고받는 거구나.’
‘생각보다 단순한 게임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섬세한 탁구도 해봤고, 배드민턴도 해봤고,
웨이트에 줌바, 에어로빅, 필라테스, 폴댄스 등
웬만한 운동은 다 섭렵해본 여자다.
지금까지 해 온 운동에 비하면
풋살은 라켓도, 머신도, 해먹도 필요 없다!
그냥 공만 있으면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막상 해보니, 이건 발로 하는 인형뽑기 같다고 할까?
각도, 위치, 타이밍이 한번에 맞아야 한다. (그게 언제 맞을 수 있을까...?)
동호회에 가입하면 나처럼 풋살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회원들은
저 한쪽 구석에 모여 기본기 수업을 받는다.
'디딤발은 공 옆에. 차는 발은 엄지발가락에 힘주고 발 안쪽으로 공을 톡!!'
오케이, 머리로는 알았다.
근데 발은?
디딤발은 저기 있고,
공은 이상하게 옆으로 굴러가고,
정신은 축구장 어딘가에 있고,
엄지발가락에 순간적으로 힘을 줘야 하는데 발가락도 내말을 듣질 않았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공을 찼다.
문제는 혼자차면 나 혼자 실수하는건데,
같이 패스연습을 할 때 였다.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공을 차주어야 상대도 연습이 되는데
공은 사방팔방으로 굴러갔고,
이건 연습보다는 공을 주우러 가기에 바빴다.
“괜찮아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ㅎㅎ” 하며 상대방은 웃었지만...
그럴때마다 미안해서 진땀이 났다.
'이 공이 뭐라고…' 싶다가도,
이상하게 또 빠져든다.
10번 중 1번?
아니다, 20번 중에 1번 정도.
단 한 번 공이 정확히 ‘탁!’ 하고 발 옆면에 맞아서
아주 기분 좋게 굴러가 주면,
그리고 그 순간 옆에서 누가
“지은 나이스~!” 한마디만 해줘도,
나는 속으로 마음 한구석이 괜히 뭉클해진다.
이게 뭐 대단한 성취도 아니고,
공 좀 찼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근데 이상하게,
나는 이 500g짜리 공한테
등짝 맞고, 칭찬받고, 또 풋살 연습을 하러 간다.
이 공이 뭐라고…
그러게 말이다.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