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하러 가서 달리기를 처음부터 배우게 되었다.

영상에서 확인된 내 달리기 자세의 진실

by 에너지은

후드는 남았고,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그날 밤, 나는 이불속에서 후드집업의 생환을 축하하며

혼자서 조용히 탈퇴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동호회 단톡방에서는 이미

‘새 멤버: 지은님 어서 오세요~’라고 환영의 인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동호회에 입장 도장을 찍은 셈이었다.


“다음 화요일 7시! 정기 훈련이에요~ 늦지 마세요”

내 흔적을 운동장에 단톡방에, 후드에 남기고 왔고
결국 다음 주 훈련에도 나가기로 했다.


두 번째 풋살 동호회 참석하는길.

오늘의 경기장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매일 출근길에 지나치던 골목길인데 거기 그렇게 커다란 풋살장이 있는 줄 몰랐다.

사람은 정말 관심 있는 것만 보나보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장이지만, 내겐 그저 ‘아파트 단지 옆 공터’였던 것이다.

전날 밤부터 내 마음은 두 길 사이에서 흔들렸다.
'이번엔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줌바 댄스… 그걸 그냥 계속하는 게 좋은 것 같아…'

하지만 나는 후드집업의 복귀라는 유서 깊은 명분을 등에 업고 다시 풋살장으로 향했다.

풋살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주 첫날이었는데 잘 따라오시던데요?”

이런 립서비스한 줄에 ‘나도 잘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진짜로 공도 받고, 패스도 하고, 달리기도 해내리라.

그렇게 시작된 훈련은…
여전히 3시간이었다.
여전히 숨 쉴 틈 없이 바빴고
감독님과 회원들은 여전히 텐션이 높았다.(지치지 않았다...)

그날 훈련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시키는 대로 뛰고 차고 혼나고 왔다는 사실...


나에게 남는 핵심은 바로
“내가 잘 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자타공인 ‘저질 체력 담당자’였다.
일명 ‘병든 닭’ 포지션.

하지만 웨이트로 체력을 다지고, 작년에 바디프로필도 촬영하면서 매일 유산소 2시간을 해냈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뛰었고, 오래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축구장에서 뛰는 건… 완전 다른 종목이었다.

나는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양팔을 ‘전력 질주하는 사람처럼’ 움직였지만,
발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지은! 빨리 뛰어야지!”

'나… 지금 진짜 열심히 뛰고 있는 건데…?'

그리고 한참을 지켜보던 팀의 동생이
내게 와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언니, 집에 가서 언니 영상 한번 봐요.”

'…응?'

나는 "응ㅎㅎ" 하고 씩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 아니 왜? 뛰는 게 어때서? 나 달리기엔 자신 있는데?)


그날 밤,
훈련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카톡을 열자
훈련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호기심 반, 자존심 반으로 재생했다.
그리고…
5초 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내 모습은 두 팔은 열심히 하늘로 치솟고 있었고,
어깨엔 긴장이 감돌았고, 다리는… 생각보다 느리게
아니 그냥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요약: 뛰는 척은 세상에서 제일 잘함.


그 영상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자세가 좀… 잘못됐네.”

열심히만 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축구 같은 스포츠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
팔 휘젓기만으로는 공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결국 나는 축구를 하러 갔다
달리기를 다시 배우게 생겼고,
달리기를 배우다 보니
내 운동능력의 진짜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에 쉬운 건 없었다.

하지만 풋살장을 떠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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