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풋살에 입문하다.

풋살에 입문한 어느 영양교사의 헛발질 이야기

by 에너지은

남편, 아이와 함께 처음 축구를 하고 온 그날 저녁,

나는 어떤 낯선 각오를 품었다.

"우리 앞으로도 축구연습 자주자주 하자!"


그 말을 듣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말했다. “그럼, 일단 축구화부터 사자.”


그렇게 다음 날, 나의 인생 첫 축구화 쇼핑 위해 아울렛으로 향했다.
어떤 기술적인 스파이크나 인조잔디용 밑창 같은 건 전혀 모른 채,
아주 당당하게 파란색 바탕에 흰색 삼선이 쫙 들어간 녀석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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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축구화 디자인도 검색 한번 안 해보고 그렇게 쨍~한 색깔의 아이 같은 축구화를 골랐을까 싶다.)

아들도 내 축구화와 같은 디자인으로 본인의 축구화를 골랐고,

우리는 그날부로 ‘모자 축구화’라는 커플템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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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 저 따라서 같이 열심히 해요!"
신발끈을 야무지게 묶으며 아들이 말했다.

운동화 상자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 가족은 한마음 한뜻으로 운동장으로 향했다.


남편은 코치 모드 ON(사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축구를 해본 적 없음. 30년 만에 하는 축구임)
나는 제자 모드로 몸을 낮췄고,
아들은 이미 ‘우리 엄마 드디어 축구 좀 해본다’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첫 수업: 굴러오는 공 발바닥으로 멈추기/공 패스하는 자세

굴러오는 공 발바닥으로 멈추기

공이 나를 향해 오면 그냥 발바닥으로 눌러주기만 하면 됐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심지어 나 좀 재능 있나?라는 자신감도 싹트기 시작했다.

두 번째 패스하는 자세

“공은 이렇게 차야 돼. 발목을 고정하고!”

발목을 고정한 채 공을 찬다는 건, 이론으론 알겠는데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었다.

헬스에서 바벨 프리스쿼트를 할 때도 발목 안정성이 떨어져 내가 항상 고민했던 부분인데

축구에서도 발목이 중요할 줄이야...

공은 자꾸 어디론가 도망갔고, 나는 자꾸 어디를 차고 있는지도 모른 채 땅만 탁탁 찼다.

남편은 억지 미소를 지었고, 나는 괜히 내 발목을 탁 쳤다. (물론 공은 여전히 안 맞았지만)


그러다가, 타이밍이 좋아서 공이 내 발에서 출발해 남편에게 정확하게 굴러갔다.
바로 그때, 과장을 좀 많이 보태자면 내가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물론 20번 중 1번이 잘 맞을까 했던 거고,

후에 축구공은 종종 나를 비웃듯 옆으로 튀었지만,

그날따라 땀이 아주 근사하게 흘렀고, 심장은 오랜만에 썸을 타는 것처럼 두근두근 댔다.

공을 주고받는 것뿐이었는데, 어쩐지 그 장면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나 진짜 배워야겠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우리 동네 여자 축구교실을 검색했다.
검색어는 ‘초보 여자 축구’, ‘축구 왕초보 수업’ 등...

실행력이 누구보다 좋은 나는 이틀뒤 집 근처 축구교실에 일일체험을 예약했다.


그렇게 나는 '풋살’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알았다.
풋살을 너무… 너무 얕봤다는 걸.

(진짜… 나 왜 이걸 하겠다고 했지?)


그게 시작이었다.

영양교사, 풋살에 입문하다!




이미지출처 : Image from Pixabay(Training Ladies Woman - Free photo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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