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첫날 나는 정신도 잃고, 후드집업도 잃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남편, 축구를 사랑하는 초등학생 아들,
그리고 태어나 처음 축구공을 차본지 얼마 안 된 나.
그렇게 어설프고 서툰 초보 셋이서 공을 주고받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축구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어라? 나 이제 조금 하는 것 같은데?’
바로 그 자신감이…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아주 조용하고도 과감하게 검색창에 이렇게 쳤다.
‘초보 여자 축구’, ‘축구 레슨’, ‘풋살 아카데미’
그중 딱 봐도 지금 나 같은 사람을 유혹하려고 만든 것 같은 달달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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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초보도 OK! 무료 원데이 레슨 가능! 함께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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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진짜?
나는 곧장 무료레슨 예약 버튼을 눌렀다.
첫 수업 날, 풋살장에 도착해 인사를 건넸다.
누군가는 두 달 차, 누군가는 반년, 누군가는 작년부터 나왔단다.
사람들은 다들 친절했고, 환하게 웃어줬고, 그날의 운동도 좋았다.
코치님은 허둥대는 나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우쭈쭈 잘 달래주었다.
그렇게 원데이레슨에서 자신감을 얻어 며칠 뒤,
본격적으로 나는 풋살 동호회 가입을 서칭 했다.
그중 한 동호회가 눈에 들어왔고, DM을 보내고, 게스트 참여 확정을 했다.
.
‘이제 진짜 배워볼까?’라는 마음으로 무려 3시간 훈련을 하는 동호회에 입성했다.
그렇게 게스트로 참여한 첫날.
처음 운동장 세 바퀴를 몸풀기로 돌았다.
그다음부터는,
몸을 ‘풀기’가 아니라 몸을 ‘털기’였다.
“오른발 드리블 10번, 왼발 10번! 그다음 패스 후 백스텝!”
내 호흡은 벌써 가빠졌고, 내 다리는 고장 난 것처럼 휘청댔다.
내 옆 사람은 “하아… 어제 당직 서고 왔는데, 힘들다ㅋㅋ” 하며 웃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발은 정확하게 드리블 중이었다.
나는 혼자 심리적 기권선언을 했다. (속으로...)
1시간이 지나자
정신도, 체력도, 내 인생의 방향성도 점점 안드로메다로 향했다.
“이번엔 포지션 나눠서 실전 움직임 훈련할게요!”
실전?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 끝냈는데…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파트: 실전 게임.
게임은 게임이 아니었다.
어깨는 부딪히고, 공은 빠르게 오가고,
나는 중간에서 “아앗… 엇어…”만 반복하다
왼쪽에서 패스된 공을 다리 사이로 완벽하게 놓아주었다.
“지은! 공 봐야지! 집중해!”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지만, 그다음 뭘 해야 할지 전혀 몰라 더 혼란스러워졌다.
쉬는 시간은 단 5분.
그것도 물 마시면서 호흡만 안정되게 하는 수준.
“사회체육… 너무 얕봤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고 수업은 9시에 끝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 두 다리는 후들거렸고
세 시간 동안 내가 뭘 겪은 건지 꿈은 꾼 것 같았다.
게다가…
운동할 때 입고 간 후드집업을 운동장에 두고 온 사실도 몰랐다.
그건 내가 애착템으로 주야장천 입던 옷이었다.
집에 도착해 한숨 돌리려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띠링-
[주인을 찾아요]
회색 후드, 축구장 의자 위에서 발견!
내 애착 후드…
그 후드가…
나보다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운영진이 나보다 먼저 챙겨줌…)
톡을 보았지만 나는 내 후드가 아닌 척 읽고도 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내 거 아닌척하고, 후드도 축구도 다 잊어버리는 거야'
그렇게 오늘 있었던 기억을 지우려 누웠는데 또다시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런...
후드티를 받으러 동호회에 또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