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버텨보기로 마음먹다.
사회인 풋살 동호회에 들어오면 첫 달은 우쭈쭈 기간이 있다.
“우와~ 첫날인데 자세 너무 좋아요!”
“감각 있으신데요~?”
“잘하실 것 같아요!”
다들 친절했고,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오래갈 줄 알았다.
근데 그건 신입에게만 제공되는 1개월 한정 칭찬 세트였음을
정확히 한 달 뒤에 알게 됐다.
2개월 차.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발바닥으로 공 받지 말랬지!!!”
“왜 안 뛰어요? 움직여야죠!”
“공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처음엔 당황했고,
두 번째는 멋쩍었고,
세 번째쯤 되니… 가슴이 '두근'을 넘어 '쿵쾅'거렸다.
매일 훈련이 끝나면 단톡방에는 그날의 훈련과 게임 영상이 올라왔고,
그다음에 훈련을 가면 감독님은 항상
"본인 영상 많이 보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냥 땀 흘리며 헛발질하는 걸로 만족하는 사람인데...
실패해도 허허 웃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
이런 마인드였는데…
내가 들어간 풋살 동호회는 생각했던 사회체육의 얼굴이 아니었다.
회원들은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보다 열정적이고,
직업은 전혀 풋살과 관련이 없지만 제각각이지만 공 앞에선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그날.
동호회에 들어간 지 3달쯤 된 어느 날.
상대에게 공을 받자마자,
방향을 바꿔서 반대편 상대에게 패스하는 사각 패스 훈련 중이었다.
말로 하면 간단하고, 눈으로 봐도 어려운 게 없다.
그런데 내 몸은
공을 받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가 아니라
머리가 새 하얗게 변했다.
심지어 몸도 굳었다.
감독님이 말했다.
“지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해 안 되면 밖에서 보고 들어오세요!”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펑— 하고 무언가가 터졌다.
사람들 앞에서 혼나는 건(이렇게 지속적으로)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굳고, 심장은 더 빨리 뛰고,
소리는 멀어지고, 움직임은 느려지고
되던 것도 잘 안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조용히 구장을 빠져나와 수돗가로 갔다.
그 순간 눈물이 '뚝—'이 아니라 '펑펑'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소리까지 내며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다 세수를 하고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가
미니게임도 참여했고 회원들과 마무리 인사도 했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미니게임 할 때 경기조끼를 입고 집에 와 있었다.
사람들 다 벗고 반납할 때
조끼를 벗는다는 것도 깜빡하고 집으로 도망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샤워하고 이불속에 누워 처음으로
'그만둘까…?' 생각했다.
속상했고, 솔직히 더는 못하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만둬도 아무도 뭐라 하진 않을 거였다.
내가 빠졌다고 팀 전력이 흔들릴 것도 아니고,
내가 안 간다고 누가 나를 찾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오기도 들었다.
동호회 회원들도 다 나랑 똑같은 일반인들인데...
그래서 그날 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만둘 땐 두더라도 오늘은 아니다.”
그리고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며칠 뒤 나는 단톡방 훈련 찬반 투표에 찬성을 누르고 있었다.